노동부 ‘불법파견 사업장 폐쇄’ 20년간 0건
정부 신중론에 노동계 “조치 땐 원청 직접고용 가능성 커”
김주영 의원 “아리셀 참사 피해 키워…당장 적용해야”
고용노동부가 파견법이 규정하고 있는 ‘불법파견 사업장 폐쇄조치’를 지난 20여년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사업장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공단)에 불법파견이 만연한데도 노동부가 제대로 된 감독, 폐쇄조치 등 적극적 행정을 하지 않은 것이 ‘아리셀 참사’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12일 폐쇄조치 이력을 질의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내부 전자문서 시스템 등 조회 시 ‘파견 폐쇄’와 관련된 문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전자문서 시스템 활용시점(2003년 일부, 2004년 본격 시작) 등 고려 시 전체 기간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노동부는 행정심판 이력 조회 시 3건의 폐쇄조치 처분 취소청구 이력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2000년 10월 (주)SK의 도급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 2001년 8월 대한송유관공사의 도급업체인 대송텍에 대해 각각 폐쇄조치를 했다. SK와 인사이트코리아 간 계약, 대한송유관공사와 대송텍 간 계약이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론 원청이 하청업체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은 불법파견이라는 이유에서다.
노동부는 2003년 3월 부산교통공단으로부터 지하철 매표 업무를 위탁받은 한마음서비스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을 이유로 사업장 폐쇄조치를 통보했다.
1998년 제정된 파견법(19조)은 노동부 장관이 허가를 받지 않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거나 허가취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계속 사업을 하는 경우 폐쇄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견법이 사업장 폐쇄라는 강한 제재를 두고 있는 것은 파견에 다른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개입해 이익을 취하는 ‘중간착취’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9조(중간착취의 배제)가 중간착취는 법률에 따라 예외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노동부는 2003년을 마지막으로 불법파견 사업장 폐쇄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2013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된 하청업체 32곳을 폐쇄하라고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중노위 판정만으로는 폐쇄조치를 하긴 곤란하다”고 했다.
노동부는 21년간 파견법 19조가 사문화된 이유에 대해 “폐쇄조치는 행정기본법상 ‘직접강제’로 국민의 신체 및 재산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만큼 비례원칙에 따른 신중한 행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파견 판정 시 불법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형사처벌·행정처분이 강화돼왔다”고 했다.
노동계는 원청의 작업공정과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하청업체에 대해 폐쇄조치를 통보하면 원청이 신속하게 하청 노동자 직접고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은 “아리셀 참사 피해 규모가 커진 데는 산업단지 불법파견을 방치해온 노동부 책임도 있다”며 “향후 사문화된 폐쇄조치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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