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한동훈안 특검법’ 발의도 검토…‘여당 압박용’ 통할까
국민의힘·민주당 모두 부정적…‘친한계’ 방향이 관건
개혁신당이 천하람 원내대표(사진) 주도로 여야가 아닌 제3자가 추천하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발의에 나선다. 천 원내대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자신의 아이디어 외에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안으로 법안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법 약속을 뭉개고 있는 한 대표와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민의힘 친한동훈계(친한계)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지지를 동시에 끌어내기는 녹록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천 원내대표는 12일 기자와 만나 “한 대표 압박용으로 대법원장 추천 채 상병 특검법안 발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변협 안으로 내면 한 대표가 대법원장 추천으로 해야 한다고 핑계를 댈 수 있으니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법안 지지를 끌어내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천 원내대표는 당초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발의하려 준비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참여할 의원을 찾기 어려웠다. 그는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의원마저 발을 빼려는 상황에서, (특검에 반대하는) 추경호 원내대표 눈치도 봐야 하고 여당 의원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이 그리는 시나리오는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의원이 천 원내대표 특검법에 호응해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예상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도 재투표에서 무기명 투표로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혁신당 3석으로는 법안에 서명할 10명을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다. 천 원내대표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을 거론하며 “10명 채우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천 원내대표가 법안을 가져오면 사인하겠다”며 “제3자 추천안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기류가 제3자 추천안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원내 주류인 친윤석열계가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고 있고, 한 대표 측도 당장 특검법을 발의하지 않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 발표 후로 논의를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채 상병 특검법이 두 번째로 폐기된 후, 지난 9일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제3자 추천안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선 제3차 추천 특검법의 운명을 국민의힘 친한계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부 친한계 인사들은 공수처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여당 내에서 특검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당 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마친 후 여당을 분열시키고 한 대표를 압박하기 위해 제3자 추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조미덥·민서영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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