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15만원인데 공항 라운지 구경도 못해" 분노 터졌다 [이슈+]

김영리/유채영 2024. 8. 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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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카드 남발에 '무용지물'
휴가철 맞아 북적이는 공항 라운지
"카드사 치킨 게임이 만들었다"


최근 인천공항 내 라운지 앞 대기 인파의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출국 시간보다 4시간 일찍 왔는데도 못 갔어요. 이럴 거면 이런 혜택을 왜 제공한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지난주 베트남 나트랑으로 휴가를 다녀온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인천공항 출국 터미널에 위치한 '라운지'를 사용하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라운지란 호텔사 등이 공항 내 운영하는 부대시설로, 라운지 제휴카드가 있다면 무료 혹은 할인가에 들어갈 수 있다. 내부에 뷔페와 샤워 시설, 소파 등 휴게 공간이 구성돼 있다. 본래 라운지는 제값을 내고 이용하려면 39~50달러(약 5만3400~6만8000원)가 든다.

연회비로 15만원을 내고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쓰고 있다는 이 씨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기를 할 수 있든가 해야지 이렇게 무료 이용 혜택을 주는 카드만 늘려놓고 대책이 없으면 다들 라운지 앞에 서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비행기를 타라는 거냐"며 푸념했다.

휴가철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항 내 위치한 라운지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공항 내 주요 라운지들은 기본 1시간씩 라운지 앞에서 대기 해야 한다. 이용객들에 따르면 급기야 라운지 오픈 시간인 오전 7시에 맞춰 방문하는 '오픈런'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카드사 혜택 남발이 만든 '라운지 오픈런'

라운지 인기의 배경에는 '라운지 제휴카드'의 대중화가 자리하고 있다. 카드사 경쟁 과열로 이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가 많아진 데다 혜택을 이용하기 위한 실적까지 낮아진 것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값비싼 연회비를 내야하는 pp(priority pass·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카드나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라운지 이용 혜택이 부여됐다면, 지금은 라운지 이용 혜택이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 경우 전월 실적 30만원 등의 조건이 붙긴 하나, 대부분 연간 해외여행 빈도가 높지 않은 만큼 여행 시기에 맞춰 잠시 해당 체크카드를 실적에 맞춰 이용하고 무료 이용 혹은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공항라운지 이용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앱 '더라운지'에 따르면 현재 제휴가 등록돼있는 국내 신용·체크카드는 총 264개다.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부터 연회비 250만원대의 신용카드까지 이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연간 이용 가능 횟수와 전월 실적 한도 등은 모두 다르다. 

이와 관련 주요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업계서 트래블카드 경쟁이 과열되면서 라운지 혜택을 다들 추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환전 우대 혜택을 내세워 카드 가입자를 유치했던 트래블카드들이 이제는 모든 카드사가 환전 우대 혜택을 제공하니 차별성을 두기 위해 라운지 혜택까지 더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혜택의 '상향평준화'가 벌어진 셈인데 라운지 공간은 그대로라 소비자들이 혜택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카드사가 손해를 보고 혜택을 추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금융감독원에 카드 약관 신고를 할 때 기본적으로 적자 상품을 내놓을 수는 없다"면서도 "연회비가 낮거나 없는 카드들은 이윤이 나지 않더라도 프로모션 비용 등으로 이를 감수하고 라운지 혜택을 넣는 '치킨 게임' 상황이 벌어진 건 맞다"고 진단했다.

 "라운지 이용에 한계 둬야"

카드사 관계자는 "한번 생긴 혜택은 줄이기 어렵다"면서 "소비자들이 라운지 혜택을 선호하니 (혜택을) 안 넣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일각에서는 높은 연회비를 내고 라운지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이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이 공간의 수용 가능 인원에 비해 많아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끼는 것"이라며 "백화점도 VIP 제도를 운영하면서 매년 이용 실적이나 조건을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운지 공간이 넓어지지 않는 이상 전월 실적 조건을 올리는 방안 등으로 현실적인 허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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