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실장 등 안보라인 연쇄 이동…용산 ‘파워게임’ 결과물?

박순봉 기자 2024. 8. 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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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장관 된 지 10개월 만에 안보실장 자리로
‘김태효 입김설’ 모락모락…“MB 때부터 가까운 사이”
신원식 | 장호진(왼쪽부터)

대통령실은 12일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등 안보라인 전격 교체를 발표하면서 혼란한 국제 정세를 이유로 들었다. 국방장관을 지낸 신원식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등용해 안보에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급작스러운 인사 배경에 안보라인 내부 파워게임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의 뜻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사실상 경질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 김용현 처장을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 장호진 실장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각각 지명했다고 밝혔다.

안보라인 교체는 예상되지 않은 전격 인사다. 윤 대통령은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수시로 ‘순차적 인사’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4·10 총선 이후 순차적으로 장차관급 인사가 진행돼왔다. 그 대상자는 주로 임기 초부터 함께해온 장관 등이다. 하지만 장 특보는 국가안보실장을 맡은 지 7개월 만에, 신 실장은 국방부 장관을 맡은 지 10개월 만에 교체됐다. 김 장관 내정자는 윤 대통령 임기부터 경호처장을 맡아왔지만 장 특보와 신 실장은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다른 자리로 옮기게 됐다.

붉은 넥타이 매고 나온 김용현 국방부 장관 내정자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사 브리핑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전격 인사의 배경에 윤 대통령의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관계, 한반도·중동·동유럽 등 전 세계 안보가 크게 변화하는 상황을 보고 인사 필요를 느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여름휴가 동안 구상해 이번 인선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김성한·조태용·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한·미관계 복원에, 신 실장은 안보에 각각 초점을 뒀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파워게임의 결과물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김태효 차장은 국가안보실장을 반드시 맡을 수밖에 없는 실세 중의 실세”라며 “김 차장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자신과 가까웠던 신원식 장관을 불러온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으로 일했고, 신 실장은 같은 시기 준장으로 국방부 정책기획관을 지냈다. 이 관계자는 “신 실장을 등용하면서 장 특보가 내쳐진 그림”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김 처장이 군에서 활동하고, 신 실장도 좋은 자리로 보내는 ‘윈윈’ 전략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장 특보만 피해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종 승리자는 김 처장”이라며 “(오는) 10월에 장군 인사가 있는데, 신 실장은 자기 사람을 승진도 못 시키고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장 특보 경질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러시아 대사 등 외교관 경험이 풍부하고 한·미관계에 정통한 장 특보가 국방부 장관이나 외교부 장관이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들을 나서서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김 장관 내정자 청문회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장관 내정자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의 배후’로 거론되고 있다.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과 수차례 연락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신원식 장관은 ‘블랙요원’ 기밀유출 사건과 ‘별들 간 전쟁’으로 기강이 해이해진 정보사 문제로 당장 경질해야 할 사람이고, 김용현 경호처장은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사건으로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극우 친일 밀정 뉴라이트’ 범주에서만 찾다 보니, 이 카드에서 빌린 돈, 저 카드빚 내서 막는 수준의 인사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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