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남’ 지진희-김지수, ‘도로 부부’될까?..걸림돌은 손나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부부는 무촌(無寸)이다. 촌수가 ‘0’이란 말은 1촌인 부모·자식보다 가깝다고 해석될 수도 있고 ‘남’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헤어져 남이 됐던 전 부부가 11년 만에 재회했다. 그리고 둘 사이에 다시 멜로가 시작되려고 한다.
JTBC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 (극본 김영윤, 연출 김다예)는 이혼 후 재회한 변무진(지진희 분)과 금애연(김지수 분)이란 ‘도로 남’들이 ‘도로 부부’가 될까 말까를 그려나갈 예정이다.
영국 극작가 서머싯 몸은 “부부 사이의 애정이란 서로가 서로에 대해 완전히 역겨워지고 나서 겨우 솟아나기 시작하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금애연은 완전히 역겨워졌을 때, 그렇지만 애정은 채 솟기 전에 변무진을 내다 버렸고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금애연으로선 멜로가 시작될 여건은 충족된 셈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상황이 수월하면 드라마가 안된다. 근 삼십년전 야구선수와 배트걸로 만나 한 눈에 반해 결혼까지 했던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들 사이엔, 금애연 이상으로 변무진을 역겨워하는, 애정의 싹조차 치워버린 두 사람의 1촌 변미래(손나은 분)가 베를린 장벽처럼 버티고 있다.
11일 2회까지 전개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11년 전 변무진과 이혼한 금애연은 딸 미래, 아들 현재(윤산하 분)와 가족빌라에 살며 단란한 가정을 꾸역꾸역 꾸려간다. 금애연과 미래는 번갈아 집안의 ‘원더우먼’을 자처하며 냉엄한 자본주의 세상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그러던 중 빌라주인이 살던 302호에 불이 나 집주인이 죽고 건물주가 삽시간에 바뀌는 사단이 벌어진다. 그리고 1년 전 사망한 것으로 알고있던, 이들이 버린 남편이자 아버지 변무진의 제삿날 뜬금없이 들이닥친 새 집주인. 바로 죽은 줄 알았던 변무진이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죽은 줄 알았던 건 오해였다 치자. 이름처럼 무지랭이 주제에 사업병이란 불치병에 걸려 집도 가게도 다 날려먹기 일쑤였던 변무진이 수십억을 벌었다고? 또 그 조차 로또라도 맞았다 치자. 하필 금애연이 살고있는 건물을 산 것까지 우연이라고? 게다가 불이 난 302호를 리모델링해 들어와 살겠다니...
금애연과 변미래는 가족빌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음에 동의하고 이사할 곳을 알아보지만 여의치 않다. 그 상황에 열불 난 금애연은 변무진을 불러내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를 따져 묻는다.
그에 대한 변무진의 답. “너랑 살려고 샀다! 여기까지 올려고 내가 무슨 짓까지 했는지도 모르고... 근데 넌 또 꼭 나가야겠냐?”
두 사람의 실랑이를 목격하고 “당장 손 떼!”라 외치며 변미래가 달려올 때 한 발 앞서 변무진의 턱에 날아 꽂히는 남태평(최민호 분)의 두발당성. 바닥을 나뒹구는 변무진을 부축하는 금애연의 눈매엔 걱정이 가득하고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변미래는 불길한 위험신호를 감지한다.
미래에게 가정에 책임을 다 하는 멋있는 아빠는 없었다. 그 책임 때문에 뭐라도 포기할 줄 아는 아빠는 없었다. 무언가 도전하기 전에 한 번 쯤 가족을 돌아보는 진중한 아빠는 없었다. 다만 시들지 않는 철없음으로 저지르고 저질러서 가족으로 하여금 포기하게 만드는 사고뭉치만이 있었을 뿐이다.
가족을 포기하게 만든 가해자 주제에 이제 돈 좀 벌었으니 제 자리를 찾겠다고? 저만 아는 이기적인 작자다운 발상이라 치자. 그런데 그런 가당치도 않은 수작에 우리의 원더우먼 금애연 여사는 왜 흔들릴 기세지? 변미래는 변무진을 향한 제 안의 분노와 투지를 활활 불태운다.
미스터리도 가미됐다. 변무진이 사라졌던 11년 간, 철부지 사업병자 변무진은 제 말대로 무슨 짓까지 했을까? 그리고 그 행적들의 연장선 상에서 현재와 앞으로 어떤 사건과 사연들이 만들어질까? 일단 2화까지에선 전 집주인 화재사망사건과의 유관성을 넌지시 뿌려두고 있다.
이 드라마는 코믹멜로다. 코미디는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비롯된 ‘코모스(kōmos:떠들썩한 술잔치, 흥겹게 마시고 놀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연히 논리정연, 아귀맞추기 등과는 무관하게 과장되고 엉성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주접떠는 전 남친으로부터 도망친 변미래가 남태평의 자전거 뒷자리에 대뜸 올라타는 정도는 양해할 만하다.
다만 ‘도로 남’ 이혼 부부의 ‘도로 부부되기’와 그 사이 장벽 으로 버티고 선 딸이란 삼각관계 설정만으로도 코미디로서의 구색은 충분히 갖춘 드라마라서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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