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 ‘진행형 질환’ 통증 있으면 조기 치료 중요

바른세상병원 “심할 경우 무릎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 등 2차 질환 유발”

샌들같은 발가락이 노출되는 신발을 신으면서 신경 쓰이는 질환이 있다. 바로 무지외반증이다. 엄지발가락인 무지가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가는 질환이다. 내측 돌출 부위가 신발에 반복적으로 마찰되면서 통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하이힐 병’이라고 불릴 만큼 하이힐처럼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장시간 착용하면 생기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평발이나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인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만 4665명으로, 이중 약 81%가 여성이었다.

무지외반증을 간과하면 안 되는 큰 이유는 치료하기 전까지 엄지발가락의 변형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비수술적 치료로는 완치가 어렵다는 점이다. 무지외반증은 증상이 진행될수록 발뿐 아니라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내측 볼의 통증으로 보행이 정상적이지 않아 무릎이나 허리 등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간 방치할 경우 발목인대 손상과 무릎 관절염, 허리 디스크 등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바른세상병원 수족부센터 윤영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발은 통증이 있어도 간과하거나 발의 변형을 신발 때문에 생긴 단순 통증이나 콤플렉스로 여기다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엄지발가락 내측 볼 통증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어지면서 무릎이나 허리 등에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지외반증은 치료하기 전까지 발가락 변형이 지속되고, 비수술적 치료로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발의 변형이 있어도 통증이 없다면 수술 치료를 꼭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무지외반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볼이 좁은 신발을 신기가 어려워지고 엄지 관절 부위 통증이 발생한다. 통증으로 걷기가 불편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관절 탈구, 엄지 관절 부위 관절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라면 발가락 사이에 보조기를 끼거나 교정 깔창 등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걷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다른 합병증이 왔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방치 시 엄지발가락에 실릴 체중이 분산되면서 다른 발가락에 부담이 가중되면서 합병증이 유발되기도 하고, 무지외반각이 40도 이상의 중증 변형일 경우 수술 방법이 복잡해지며 수술 이후의 재발 확률도 높아질 수 있다. 

중증 무지외반증으로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뼈와 인대 등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무지외반 수술은 변형된 엄지 발가락 주변으로 중요한 신경, 인대, 혈관들이 있기 때문에 수술 시 주변 조직의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무지외반 최소침습 교정술’(MICA)은 절개 없이 4~5mm 미만의 작은 상처 4~5개를 통해 수술을 진행한다. 6~7cm 가량을 절개하는 이전 수술에 비해 수술 후 통증과 흉터는 거의 없고, 수술 시간도 단축되어 회복 속도도 빠르다.

무지외반증은 발 변형 정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하는데, 최소침습 교정술은 초기, 중기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하지만 중기 이상의 환자라도 변형이 매우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무지외반 최소침습 교정술을 시행할 수 있다. 수술 시간은 1시간 내외로 짧고, 수술 후 2~3일 후면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도 빠르다. 수술 후 반 깁스 1~2주 이후 수술 후 신발을 착용한 상태에서 보행이 가능하고, 2개월 정도면 일반 운동화를 착용한 상태에서 정상 보행이 가능하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