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도 거부…윤 대통령, 19번째 재의 요구
민주당 “정권 몰락의 시작”
혁신당 “거부권 폭주기관차”
언론계 “윤 정권의 방송장악”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19개가 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부결돼 이미 폐기됐던 방송3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 처리했고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더해 공익성이 더 훼손된 방송4법 개정안을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방송 관련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임에도 여야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처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하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국회는 방송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회적 공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방송4법은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당시 여름휴가 중이던 윤 대통령은 엿새 만인 이날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이번 휴가 기간에 윤 대통령은 민생·안보 관련 일정을 소화했는데 이 같은 행보가 거부권 국면에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 재가를 미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부터 이날 방송4법까지 총 1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13일 국무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상정·의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윤 대통령은 이 두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수를 합한 것(21회)과 같아진다. 전직 대통령 중에서 이 전 대통령(45회) 다음으로 거부권을 많이 행사한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7회)이었다.
대통령실은 이번 거부권 행사가 야당의 일방 독주를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의요구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정당한 권리”라며 “민생 현안이 산적한 것에 대해 국민께서 우려가 크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가 늘어나면서 정치적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몰락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4법 거부권 행사는 공영방송을 기어코 장악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며 “방송장악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19번째 거부권 행사로 독재자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록을 경신하려고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언론계는 정부가 토론 등의 노력 없이 방송장악에 나서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윤 정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송을 장악하려 했다. 덕분에 방송3법이 왜 중요한지,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언론자유가 얼마나 절실한지 온 국민이 다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언론노조를 비롯한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사회는 줄곧 정부와 여당에 공영방송 독립에 관한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면서 “논의를 통해 합의를 끌어낼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그걸 걷어차며 방송장악에 몰두해온 정부와 여당이 ‘협의와 공감대’를 운운하며 거부권을 정당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도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이라면서 정부와 여당은 대안을 내놓고 토론을 하려는 노력 한 번 한 적 없었다”며 “방송3법은 기존보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사회적 공감대가 보장되는 것이기에 대통령실에서 이를 진실로 중시한다면 거부할 수 없는 개정안”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자유를 끝도 없이 추락시키고 공영방송 말살에 그 어느 정권보다 앞장선 것이 바로 윤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유새슬·박채연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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