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 대통령 지난해 7~9월 석 달치 통화 기록 확보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통신 기간 좁히고 혐의 보강해 영장 재청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휴대전화 통신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의 통신 기록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윤 대통령의 지난해 7~9월 휴대전화 통신 기록을 확보했다. 이 기간은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 상병 사망사건 초동 수사결과를 국방부가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한 다음 경찰에 재이첩하는 등 수사외압 의혹이 벌어진 시기다.

공수처는 그간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법원에 통신 영장을 세 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송창진 공수처 수사2부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에 나와 “제가 직무를 하는 동안 청구한 통신영장이 (법원에서) 다 기각됐다”고 밝혔다.

이에 공수처는 조회 대상 통신 기간을 좁히고 혐의 내용 등을 보강해 다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통화 기록 일부는 박 대령의 항명죄 군사법원 재판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의 통신 기록이 공개되면서 공개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2일 채 상병 사망사건을 초동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 기록을 이첩한 직후 이 전 장관과 세차례 통화한 것을 포함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석 달 치 통신 내역을 확보한 만큼 당시 윤 대통령이 누구와 통화했는지 등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 기록으로는 통화한 상대 전화번호와 날짜 및 시각, 통화 시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파악하려면 주요 통화 상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