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반대하는 사람을 인권위원장에…“인권위 역주행 예상”

고경태 기자 2024. 8. 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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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의 막말과 회의 방해 등으로 파행을 빚어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제는 완전히 역주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새 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하자 인권위 안팎에서는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우려를 쏟아냈다.

인권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원장마저 공안검사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검사와 헌법재판관 시절 인권 감수성에 맞는 수사와 판결을 해왔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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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자
2012년 9월13일 안창호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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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의 막말과 회의 방해 등으로 파행을 빚어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제는 완전히 역주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새 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하자 인권위 안팎에서는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우려를 쏟아냈다. 공안검사 출신에 보수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그가 헌법재판 과정에서도 반인권적 시각을 여러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전 출신인 안 후보자는 대전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임관해 공안통으로 경력을 쌓았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때는 2000년대 대표적인 간첩 사건인 일심회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서울고검장 등을 거쳐 2012년 이동흡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임명됐다. 2013년 1월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관 재임 중인데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검증에 동의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에는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를 지냈고, 2022년 5월부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자문위원장도 맡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현재 경기 성남 분당임마누엘교회 장로로 활동하고 있다.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늘 조직 내에서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가 있지만, “기독교 잣대로 인권 문제를 보는 사람”으로 인권위원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더 많다. 그는 헌법재판관 시절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간통죄 폐지를 반대했고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며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역 반대 의견을 냈다. 2012년 9월 인사청문회 때는 “현 단계에서 국민들이 사형제 자체의 존속에 찬성하고 있는데, 국민의 법 감정에 따라 사형제는 존치돼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재판관 퇴임 뒤에는 동성애반대법률가모임 등에 참여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섰다. 지난 6월에 펴낸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라는 제목의 책에선 “차별금지법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난민 등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온 20여년의 인권위 노력이 후퇴될까 우려된다”(인권위 관계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에 취임할 경우 그동안 파행을 빚으며 ‘개점휴업’ 상태였던 인권위는 급격히 수구·보수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에서 주요 안건을 의결하거나 정책결정을 하는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는 지난 6월 말 이후 단 한번도 제대로 열린 적이 없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6월24일 송두환 위원장이 소위 의결정족수 안건을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후 전원위 참석을 보이콧했다. 상임위는 총 10회나 안건 상정 없이 끝났다. 송두환 위원장 등이 두 상임위원의 도를 넘는 공격을 견뎌내는 모양새였지만 안 후보자가 인권위의 수장이 되면 그런 전선 자체가 사라진다. 이충상 위원은 안창호 후보자 지명에 관한 의견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안창호 후보자님 아주 적임자이십니다”라고 답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을 공격해왔던 두 상임위원이 이제는 위원장과 합을 맞추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인권위원장은 국회 인준 대상은 아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는 거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안 후보자의 이력이 인권위원장에 적합한지 따지겠다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인권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원장마저 공안검사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검사와 헌법재판관 시절 인권 감수성에 맞는 수사와 판결을 해왔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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