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영토 내 진격 이어가는 우크라, 전장 주도권 되찾나

김효진 기자 2024. 8.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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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6일간 러 쿠르스크 지역 30km 진격 추정…러시아 군 분산·협상 카드 목표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으로 6일째 진격하며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 분산을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작전으로 우크라이나가 한시적으로 전장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과 아직 동부전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 <타스> 통신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러 국방부가 러시아 군인들이 지난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장갑차를 사용해 쿠르스크 지역으로 더 깊이 침투하려는 시도를 막았다고 밝혔다. 러 국방부는 이 과정에서 미국산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포함해 장갑차 4대를 파괴했고 방공망을 통해 토치카 U 전술 탄도 미사일 4대, 무인기(드론) 14대를 격추했다고 했다. 다만 11일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쪽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위치 식별이 가능한 영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보도를 보면 10~11일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내 서쪽 및 북서쪽으로 추가 진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타스>는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이 우크라이나 미사일 파편이 쿠르스크 내 주거용 건물에 떨어져 중상을 입은 2명을 포함해 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6일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이 지역에서 최소 5명이 죽고 어린이 9명을 포함해 60명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통신에 따르면 10일까지 쿠르스크 지역에서 주민 7만6000명 이상이 대피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밤 영상 연설을 통해 "오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으로부터 최전선 상황 및 침략자의 영토로 전쟁을 밀고 나아가는 우리의 행동에 대한 보고를 이미 수차례 받았다"며 러시아 본토 침입을 사실상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정의를 회복하고 정확히 필요한 종류의 압박, 즉 침략자에 대한 압박을 보장하는 법을 실제로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 외무부 대변인은 11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은 "테러 공격"이며 "군사적 목적 없이" 그저 "러시아 민간인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비난하고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러시아군은 침범 6일째까지 우크라이나군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검증된 영상과 사진을 통해 우크라이나군과 장비가 쿠르스크 지역 러시아 국경 안쪽으로 30km 가량 진출한 것으로 보이며 국경 인근 수드자 마을을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도 독립적 분석 등을 종합하면 러시아가 국경 내 250제곱킬로미터(㎢) 면적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내 침범 목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주요 전선인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분산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AP> 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선 대부분이 교착 상태지만 도네츠크 지역에선 러시아가 느리지만 끈질기게 진격 중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전쟁연구소는 이전 러시아 국경 내 소규모 침입은 러시아군 재배치를 불러오지 못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의 침공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군사 작전과 푸틴(러시아 대통령) 정권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 대응이 요구된다"고 봤다. 이어 러시아군 사령부가 국경 지역에 추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쟁연구소는 이에 더해 2023년 11월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전장에서 "전투 위치, 시간, 규모"를 결정하는 주도권을 휘둘렀고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응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쿠르스크 작전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적어도 한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전장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고위 보안 당국자는 11일 <AFP> 통신에 동부 상황은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다"며 쿠르스크 작전이 동부 전투에 아직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부에서 그들(러시아)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고 그곳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의 공격 강도는 약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AFP>에 러시아 영토 내 점령지를 "병합할 생각은 없다. 우린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해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작전 목적은 "적을 더 넓은 범위에 배치되도록 하고 최대한의 손실을 입히며 국경을 보호하지 못한 러시아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쿠르스크 작전은 우크라이나군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작전에 참여한 병사 코스탼틴이 기습 작전의 초반 성공으로 "사기가 정말 높아졌다"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영토 점령으로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한다는 관측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료를 공언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및 협상 관련 입장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AP>는 쿠르스크 작전으로 우크라이나의 가장 유능한 일부 부대가 소모될 수 있으며 격전지인 도네츠크에 대한 필수적 증원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우크라이나군 보급선이 러시아군 포격에 취약해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지역 지속 주둔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증원이 있더라도 러시아 영토의 큰 부분을 점령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능력도 목표도 넘어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1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보복 공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이날 공습으로 키이우에서 4살 어린이와 그의 아버지가 죽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한편 11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1일 성명을 내 "자포리자 원전의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들이 저녁 내내 여러 차례 폭발음을 들은 뒤 발전소 북서쪽 부지에서 짙은 검은 연기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해당 팀은 오늘 발전소 냉각탑 중 하나에 대한 무인기 공격이 발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공격 뒤 방사선 수치에 변화가 없었고 관련 안전엔 영향이 없다고 확인했다. 그로시 총장은 배후를 지목하지 않은 채 "무모한 공격"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배후로 지목하고 비난했다. 화재 원인이 12일 오전까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군이 원전 부지에 화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쪽은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냉각탑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과 맞닿아 있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전차(탱크)를 운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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