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일하고 먹고 놀고…주말이 더 역동적인 '제3판교'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4. 8.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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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新테크노밸리 '직주락학 도시' 새판짜기
기업자족시설 들어서는 2구역
추첨 대신 사업성 평가해 분양
스타트업·첨단 앵커기업 유치
기존엔 없던 주택단지도 조성
제1·2 테크노밸리와 선순환
퇴근 후 '워라밸' 시설 구상도

◆ 기업친화 도시 개발 ◆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제3판교테크노밸리 내 기업용 자족시설용지 전경. GH

옛 동독지역 도시로 쇠락의 길을 걷던 드레스덴은 2000년대 중반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자국 기업인 인피니언과 미국 AMD 등을 '등대기업'으로 유치한 뒤 부활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지역 드레스덴공과대를 중심으로 산학협력이 강화되자 기계·통신·항공·소프트웨어 분야 400여 개 기업이 한데 모여 유럽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됐다.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주거지도 확충되면서 2000년 47만7000명이던 도시 인구는 2021년 55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대학도시 영국 케임브리지도 명문 케임브리지대를 중심으로 메모리칩 업체 도시바, 의약품 업체 암젠 등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산학협력을 긴밀히 이뤄냈다. 대학 연구소를 둘러싸고 형성된 소규모 산업 클러스터가 스타트업 성장도 촉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신도시를 개발할 때 핵심 기업을 중점으로 새로운 판을 짜는 시도가 이뤄져 눈길을 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제3판교테크노밸리 용지에는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도, 성남시 등 공공기관이 개발사업을 진행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 1구역과 서쪽 2구역으로 나뉜다. 1구역은 주로 LH가 자족시설 용지로 개발하고 있다. 2구역에는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선다. 2구역 동북부 경부고속도로 인접 지역에는 GH의 기업용 자족시설 용지가 있다. 여기에 GH가 구상하는 '스타트업+앵커기업+대학+상가'가 들어서 주택단지와 함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판교 내 '직주락학' 신도시가 탄생하는 셈이다.

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수도권에서는 대학 정원을 늘릴 수 없는 만큼 제3판교에 주요 대학 유망 학과의 정원 일부를 떼서 만든 '공동캠퍼스'를 세우면 된다"며 "대학 운영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GH가 자체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만큼 연구인력 공급 기능이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1·2판교는 주거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 제3판교는 주택이 광범위하게 들어서 기존 판교테크노밸리와 차별화를 꾀한다. GH는 이번 제3판교테크노밸리의 공공주택특별법상 자족시설 용지를 분양과 자체 사업(임대)으로 나눠 공급한다.

공공사업 시행자가 자족시설 용지 가운데 일부를 기업 공모를 통해 분양하고 나머지를 직접 운영·임대하는 것은 참신한 시도로 평가된다. 그동안 자족시설 용지는 추첨으로 분양하고 신청 자격에도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GH 판교사업본부 관계자는 "임대와 분양을 곁들여 스타트업과 유망 기업을 함께 유치하고 기존 제1·2판교테크노밸리 내 기업과 선순환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GH의 자체 사업 구역은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중견기업·스타트업·대학에 임대하는 공간이다. 1000실 규모인 공공 기숙사와 상가, 퇴근 후에도 머물며 즐길 '워라밸' 시설 등이 함께 들어선다. 이는 '제3판교 스타트업플래닛' 사업으로 명명돼 추진 중이다.

이 사업지 바로 옆이 첨단산업 선도기업(앵커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분양 구역이다. 용지 감정을 거쳐 오는 9월 중 분양 공고가 나가면 11월 GH가 각 기업의 사업계획서를 평가한다. 최종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12월 용지 공급계약을 맺는다.

앵커기업은 분양 후 10년 내 처분이 제한되고 지역 기여 방안과 지정용도 사용 여부도 계획서에 넣어야 한다. 앵커기업을 위한 용지의 대지 건물 비율은 60%, 용적률은 400%여서 10층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제3판교는 내년 착공해 2029년 완공된다. GH는 앵커기업 용지 바로 옆에 스타트업플래닛 사업 용지를 두고 있어 앵커기업과 스타트업 간 자연스러운 협업이 기대된다. 반도체·로봇·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분야 유망 기업과 스타트업, 여기에 대학까지 더해 광범위한 '개방적 협업(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뤄지는 셈이다.

GH는 사업설명회에서 사전 수요조사를 거칠 예정이다. 전략산업 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앵커기업 주요 모델로 차세대 시스템반도체를 꼽고 있어 이 분야 복합단지 조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스타트업플래닛 구역 기업을 위한 특화 전략으로 제3판교 전용 펀드도 350억원 규모로 조성·지원할 계획이다.

한 로봇업체 관계자는 "GH가 공모 대상 앵커기업에 입주 시 어떤 직간접적인 혜택을 주는지 미리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며 "스타트업과 협업할 기회도 준다는데 어느 정도 수준의 스타트업이 임차하는지도 파악해야 기업 입장에서는 공모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GH가 이번에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 차별화 실험이 향후 3기 신도시 개발의 선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공모를 통해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수의계약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만큼 평가 과정에서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제1·2판교테크노밸리에 그간 주말이면 사람이 텅 비는 '공동화' 현상도 있었다. 제3판교테크노밸리는 다양한 위락시설과 상가 등을 조성해 주말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는 것도 관건이다.

직주락학(職住樂學)도시

기업(직), 주택단지(주), 녹지·공원·상가 등 휴식공간(락), 대학·연구소(학)이 함께 어우러진 콘셉트의 도시.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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