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해소’ 경영개선 약속…티메프는 말뿐, 금감원은 방관
지킨 적 없이 경영난 오히려 악화
상품권 출혈 발행 보고받은 당국
이행 점검 위한 자료도 요구 안 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유발한 e커머스 업체 티몬·위메프(티메프)가 금융감독원에 자본잠식 상태 개선을 약속하고도 단 한 번도 계획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티메프가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금감원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 이행실적 보고서’를 공개했다. 경영개선계획 이행실적 보고는 금감원과 티메프가 2022년 6월과 2023년 12월 ‘경영지도비율 개선을 위한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한 데 따른 조치다.
보고서를 보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티메프는 2022년부터 매 분기마다 금감원에 자기자본 개선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를 지킨 적이 없다. 티메프가 제시한 목표치보다 적자 폭이 더 커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자본잠식은 악화했다. 티몬의 자본잠식 규모는 2022년 1분기 -5044억원에서 올 1분기 -8913억원으로 불어났다. 위메프의 자본잠식 규모는 같은 기간 -1200억원에서 -2961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이행실적 보고에는 금감원과 티메프가 체결한 MOU 내역 상당수가 빠졌거나 이행되지 않았다. 티메프는 7250억원의 신규 투자를 받아 자본잠식 상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단 한 건도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MOU에서는 “미상환·미정산 잔액의 보호를 위해 신탁이나 보증보험 가입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할 의무”가 티메프 측에 있다고 명시했지만, 티메프가 금감원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반면 인력감축 계획은 충실히 이행했다. 티몬은 2023년 2분기 보고서에서 정상화 계획으로 80명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목표를 4배 이상 초과한 354명을 구조조정했다고 밝혔다.
위메프도 “2022년 2분기 동안 111명의 순인력 감축을 달성했으며, 경영개선협약상의 분기 인력 감축 계획(최소 50명)을 차질없이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금감원이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벌어지기 2년 전부터 티메프의 출혈적인 상품권 발행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티몬은 2022년 2분기 보고서에서 경영실적이 악화한 이유로 7% 이상의 높은 할인율로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량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티몬은 당시 ‘경영개선 이행계획 미달성 사유’에 “상품권 등 저마진·손실상품 판매 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티메프가 경영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동안 금감원이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MOU에 따라 금감원이 이행실적 점검을 위한 자료를 티메프에 요구할 수 있는데도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금감원을 통해 확인했다”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도 금융당국이 손을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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