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의혹’ 김용현-‘홍범도 지우기’ 신원식…‘내부 재활용’ 안보라인

이승준 기자 2024. 8.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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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참석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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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통령실이 단행한 안보라인 개편의 특징은 ‘내부 인사 재활용’이다. 게다가 이번에 자리를 옮긴 안보라인의 ‘투톱’은 정권 핵심부가 연루된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야권이 경질을 요구해온 이들이다. 이번 인사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최악의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용현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다. 신원식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의원 시절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흉상 철거를 주장해 논란을 빚은데다 최근엔 정보사 기밀 유출 사건으로 경질 요구에 직면했다. 공교롭게도 ‘문제적 인물’ 두명이 자리를 옮겨 안보라인에 중용된 셈이다.

물론 김용현 후보자는 군 경력만 놓고 본다면 국방장관 후보자 자격은 충족한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육군 3성 장군 출신으로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등 군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제는 최근 그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이 가해진 것으로 의심되는 지난해 7월31일부터 8월9일까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에 나선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에도 이름이 등장해 야당으로부터 ‘구명 로비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신 국방장관은 장관에 발탁되기 전 “5·16은 혁명” “12·12 쿠데타는 나라를 구하러 나온 것” 같은 막말로 논란을 빚었다. 의원 시절엔 홍범도 흉상 철거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과거의 막말을 사과했으나, 장관이 된 뒤엔 ‘9·19 군사합의’ 파기 등 대북 강경 대응 입장을 취해 보수 진영의 ‘눈도장’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정보사 블랙요원 신상 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경질론까지 제기되는 등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야권에선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과 군사기밀 유출 등으로 어수선한 군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안보라인 개편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은 “채 상병 사건과 정보사 유출 문제 등이 매끄럽게 처리가 안 되니까 일신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 단행될 (군 장군) 인사까지 고려한 판단일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번 인사가 외부 비판에 아랑곳 않는 윤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데 있다. 특히 김용현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선 채 상병 특검법에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안보라인 개편으로 외교안보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성사된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을 마무리한 뒤 외교안보팀 개편 구상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인사가 ‘한·미·일 안보협력’ 가속화로 연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신 장관이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의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에 서명한 인물이란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더한다.

이번 인사로 대북 강경 대응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이끄는 안보실장에 군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은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 당시 김관진 실장 이후 약 10년 만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 뒤 세차례 안보실장을 교체한 것은 정책 안정성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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