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블루수소보다 그린수소에 투자하는 게 옳다
한국의 청정수소 인증제가 시행 첫해부터 헌법소원 심판을 받게 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수소 원료 채굴에서 수소 생산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기준으로 수소 1㎏을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환산량·CO2eq)가 4kg 이하이면 청정수소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블루수소를 청정수소 범주에 포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참고한 미국의 청정수소 기준은 미국 아곤연구소에서 만든 ‘GREET(Greenhouse gases, Regulated Emissions, and Energy use in Technologies) 모델’을 사용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 모델은 블루수소의 메탄 배출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과소하게 전제하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GREET 모델은 블루수소의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채굴할 때 대기에 방출되는 메탄이 가스 채굴량의 0.9%에 불과하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최근 진행된 위성 기반 연구 결과에선 이 비율이 평균적으로 2.6%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LNG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메탄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메탄은 대기 배출 후 20년간 이산화탄소의 80배에 이르는 강력한 온실효과를 보이는데, 메탄 배출에 따른 영향까지 고려해 블루수소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계산하면 수소 1㎏당 최대 26㎏의 온실가스(CO2eq)가 방출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청정수소 기준보다 무려 6배 높은 수치다.
이처럼 블루수소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에도 한국에서는 연간 25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는 연간 65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 시설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온실가스 감축과는 거리가 멀다.
온실가스 영향이 왜곡된 상태에서 블루수소를 우대하고 있는 한국의 수소 정책은 관련 산업을 위기에 노출시킬 수 있다. 글로벌 메탄 서약 이후 각국의 메탄 측정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는 가스 채굴을 할 때의 실제 메탄 배출량이 높은 정확도로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LNG를 원료로 하는 블루수소의 숨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드러나면 청정수소 범주에서 제외될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블루수소 생산 인프라의 좌초자산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과도한 투자를 멈춰야만 한다.
블루수소는 가스산업에서 이용하고 있는 일종의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 수소를 탈탄소 수단으로 활용을 하려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만 청정수소로 인정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이산화탄소의 80배가 넘는 온실효과를 내는 메탄을 배출하는 블루수소에 투자하기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수소경제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로버트 워런 하워스 미국 코넬대 교수·지구시스템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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