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격 고삐 죄는 우크라… 국경 너머 30㎞ 진격

조성민 2024. 8. 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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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침공 엿새째… 교전 격화
전쟁 후 최대 규모… 점령지 더 넓혀
국제사회 관심 환기·서방 지원 기대
러, 키이우 폭격 등 반격… 2명 사망
英 싱크탱크 “젤렌스키, 위험한 선택
인천상륙작전처럼 반전 어려울 것”
우크라 자포리자 원전서 화재 발생
책임 공방전… “폭발 가능성은 없어”
우크라이나가 엿새째 러시아 본토 침공을 이어가며 ‘판세’를 흔들고 있다. 다만 이번 공격이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처럼 전세를 한번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각)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수드잔스키 고속도로에 러시아 육군의 트럭들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침입한 뒤 지상전이 6일 연속 이어졌다. 이번 전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규모 공격으로 평가받는다. 러시아는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영토 일부를 적에게 내주게 된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상과 사진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군은 국경에서 30㎞ 이상 떨어진 곳까지 진격해 쿠르스크주의 소도시 수자와 주변 여러 마을을 장악하며 점령지를 넓혀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타스통신 등은 12일 쿠르스크주에 인접한 벨고로드주에서도 주민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뱌체슬라프 글랏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 영상 성명에서 “크라스노야루즈스키 지역 국경에서 적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주의 상황이 통제하에 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군을 폭격하는 전투기와 헬기 등의 영상을 배포하고 있다. 러시아는 반격에도 나서 10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교 브로바리 지역을 폭격해 민간인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각)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파손된 아파트 앞에 불에 탄 자동차가 잔해로 남아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환기하고 지지부진해졌던 서방의 지원도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공격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적의 영토에서도 복잡한 작전을 수행 가능하다고 서방과 동맹국에 보내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마이클 클라크 특별연구원은 10일 일간 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 “러시아 침공은 지금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내린 가장 위험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아직은 선전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러시아군의) 압도적 숫자가 전투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에 침입한 상황이 계속되는 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1950년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만이 이와 비슷할 정도로 위험한 반격 전략이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과 달리 이번 역공은 전쟁을 뒤집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기 내뿜는 자포리자 원전 냉각탑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영상에서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단지인 에네르호다르의 자포리자 원전 냉각탑이 불에 타오르며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화재로 방사능이 누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AFP연합뉴스
한편 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단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11일 화재가 발생해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자는 구조대가 화재를 진압 중이라고 전하면서 다만 화재로 인해 폭발 가능성은 없으며, 냉각탑에 난 불이 발전소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원전기업 로사톰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이 ‘핵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이 시설에 불을 질렀다”면서, 이는 필요시 자포리자 원전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핵 재난을 안겨줄 수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2일 성명에서 “드론 공격이 있었던 냉각탑 주변에는 방사성 물질이 없었고 이에 따라 방사선 수치가 상승할 위험도 없다고 현장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며 원전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 러시아 측에 점령됐고, 같은 해 9월 원자로 6기 모두가 ‘냉온정지’ 상태로 전환되면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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