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 부당대출' 우리銀, 前 회장의 핵심고리 '퇴사 후 징계'…왜?
296억 부실 발생…기준·절차 안 따르고 대출 실행
금감원, 손 전 회장 관련 혐의점 못 찾아…검찰서 입증
A본부장 작년 퇴사…올해 감사서 적발 후 4월 '면직'
"임원 퇴임 후 부실감사 어불성설, 바로 형사고발 했어야"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등에게 무려 350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부당대출은 손 전 회장이 재임 중이었던 때부터 퇴임 이후인 올해 초까지 4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부당대출의 핵심고리인 A본부장이 퇴임한 후 이 사실을 인지했고 이후 면직처리했다. 부당 대출을 적발한 금융감독원은 손 전 회장의 관련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서류상으로 친인척 관련 대출건이 있어 발견했고, 나머진 검찰에서 수사를 통해 관련 혐의를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등 부당대출 관련 자료를 정리해 조만간 검찰에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금감원 모두 전직 회장 친인척이 관련된 수백억원대 부당대출 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대출 내역을 자세히 따져 보면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에게 총 454억원의 대출을 취급했다. 원리금 대납사실 등 고려 시 해당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 대상 162억원(19건)의 대출을 포함할 경우, 총 616억원(42건)의 관련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7월 19일 기준, 전체 대출 중 잔액 269억원에서 부실이 발생(기한이익상실)했거나 연체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이 실행된 11개 차주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자들이 맞는데 내역을 조사하다 보니 이들이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9개 차주의 원리금을 대신 상환했더라”며 “9개 차주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자들의 ‘경제적 공동체’가 아닌가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전체 대출 중 350억원 상당은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았다.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됐다.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별도의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다. 실제, 차주가 제출한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부동산 실거래가(20억원)가 대출신청 시 제출한 매매계약서 상 매매가격(30억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도 대출을 해줬다. 또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 담보설정,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 입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월 A본부장을 징계했고 5월부터 2차 감사에 들어갔는데 6월쯤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들어왔다”며 “취급여신 부실은 금감원 보고 대상이 아니어서 사건을 은폐한 것은 아니고 금감원 검사 이후 성실히 자료를 제출하며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12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고객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며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다. 이는 전적으로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수백억원대 부당대출이 버젓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여신 담당 임원 퇴임 후에 부실 감사를 했다는 점은 의문점이다. B은행 관계자는 “회사마다 절차는 다를 수 있지만 여신 담당 임원은 희망퇴직을 하려 해도 부실 취급이 없었는지 감사 후에 나갈 수 있다”며 “깔끔히 소명되지 않으면 나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고 전했다.
손 전 회장은 이미 전직 회장인데다 A본부장도 이미 퇴사한 시점인 지난 4월에 징계가 아닌 형사고발 조치를 발 빠르게 했어야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C은행 관계자는 “해당 임원 퇴직 이후에 들여다봤다는 점도 이상하지만 뒤늦게라도 부실을 적발했고, 범행 소지가 있다 판단했다면 바로 형사고발을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혐의 인지를 하면 형사고발 조치를 하는 게 정상”이라고 언급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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