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한희원이 말하는 송영진 감독
"시합 때 엄청 많이 혼나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답고 하신 말씀은 지키시는 분이다"
수원 KT가 비시즌 훈련에 한창인 가운데, 9번째 시즌을 앞둔 한희원의 여름도 뜨겁다.
한희원은 지난 2015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당시 인천 전자랜드에 입단했다. 이듬해 여름엔 박찬희와의 맞트레이드로 안양 KGC인삼공사(현 안양 정관장)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8~2019시즌 도중엔 김윤태와 함께 KT로 트레이드되었고, 2022~2023시즌 이후 맞이한 FA(자유계약선수)에서는 수원 KT 잔류를 택했다.
FA 직전까지는 어두운 터널 속에 있었다. 데뷔 시즌에 기록한 38경기 평균 18분 39초 동안 5.3점 1.8리바운드 0.7어시스트가 커리어 하이였을 정도. 그러나 FA 이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 2023~2024시즌엔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한희원은 2023~2024시즌 정규리그 52경기에서 평균 25분 59초 동안 3점슛 1.6개 포함 8.3점 3.4리바운드 1.2어시스트 0.8스틸을 기록했다. 출전 시간과 득점, 3점슛,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등 주요 기록 부문에서 종전의 개인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그는 시행착오를 길게 겪었다는 말에 "대학 졸업하고 프로에 왔을 때, 핑계 댈 것도 없이 내가 실패했던 거다. 군대에서 '(전역해서) 나가면 계약이 1년밖에 안 남는 건데, 이대로 가다간 은퇴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끝나가는 선수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농구 실력을 떠나 먼저 정신을 다잡았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왔는데도 조금밖에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임했다"며 달라진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낯가림이 심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다. 그런 성향이 아직도 있긴 하지만, 바꾸려고 계속 노력 중이다. 사실 지금도 말하면서 땀이 많이 난다"며 "프로에 와서 (경기력이) 안 좋다 보니, 기가 죽어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슈터인데 (수비가) 나를 버리고 가도 슛을 못 던졌다. 3년 차 때는 경기장에 나가는 게 두려웠을 정도였다"고 초창기 시절의 자신을 돌아봤다.
경희대 재학 시절만 해도 스코어러로 활약했던 한희원은 KT에서 수비형 선수로 거듭나기도.
한희원은 "안양 KGC에 트레이드 갔을 때 내가 (양)희종이 형만큼 수비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정현이 형은 전성기였다. 워낙 잘하는 형들이 많아 내 공격 가지곤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잘하진 못했지만, 수비를 열심히 했고 점점 늘었다. 경기에 출전하면서 공격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공격형 선수가 수비형 선수로 바뀌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터. 이에 그는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은퇴할 각오까지 했었다. 이게 아니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런 생각을 더 빨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며 마음가짐을 원동력으로 꼽았다.
또한, 차기 시즌에도 수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희원은 "감독님께서 슈터로 많이 밀어주시지만, 솔직히 다른 팀 슈터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비에서 좀 더 도움이 되면 출전 시간도 늘어나지 않을까. 잘할 수 있는 걸 먼저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수비는 당연히 가져가야 할 부분이다. 슛을 쏠 때 자신감은 있지만, 2대2 플레이가 부족하다. 패턴에 의한 슛말곤 못 던지니까 2대2가 슛을 던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쉽진 않지만, 계속 연습하고 있다. 신장을 활용한 플레이도 보완하려고 한다. 마음 같아선 더 잘하고 싶다. 연차도 쌓인 만큼 공격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지우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박지훈(안양 정관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희원은 "(박)지훈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농구를 같이한 후배다. 군대에서 지훈이한테 긍정적인 면을 많이 배웠다. 1년 6개월 동안 룸메이트이기도 했고, 매일 야간에 항상 (나를) 같이 데리고 가면서 '할 수 있다'고 힘을 줬다. 지훈이가 분대장이라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KT와의 재계약 당시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한희원. 그는 "다른 구단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KT에 오래 있었던 데다, KT에서 기회를 받고 시합에 나설 수 있었기에 (KT가)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송영진) 감독님께서 코치님 시절부터 함께 했다. 시합 때 엄청 많이 혼나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답고 하신 말씀은 지키시는 분이다. 신뢰가 먼저였다"고 밝혔다.
끝으로 한희원은 "KT에 잘 남았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진 살아남겠다는 생각만 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이제는 욕심도 생겼다. 조금씩이라도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어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 =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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