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원전과 재생에너지, 과연 대립되는가?

남종석 공공과학기술연구노조 정책국장 2024. 8. 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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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공공과학기술연구노조 정책국장

2023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발전 분야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배로 늘릴 것을 결의했다. 단일 산업으로 발전산업이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의존하는 수입품에 대해 강한 규제를 할 것이라고 표명하고 있으며 각국 내에서 발전산업 분야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이나 미국은 탄소배출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탈탄소 이행이 지체된 국가들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국이다. 우리나라는 발전산업 분야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급 비중은 8.5% 내외로 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하며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60%에 이를 정도로 크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총배출량 세계 6위이며 1인당 배출량은 세계 6위, GDP 당 배출량은 세계 7위다.

발전산업 탈탄소화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고, 지금도 되고 있는 분야가 원자력 발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국제적으로 원전 퇴출 여론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기 원전 퇴출에 대한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영구 폐쇄하기로 했지만 신고리5, 6호기는 2017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대로 건설을 지속해 2020년 완공됐다. 현재 울산 울주군에 건설되고 있는 새울3, 4호기도 완공단계에 이르러 3호기는 시범 운전 중이고, 4호기도 공정률이 90%를 넘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신한울3, 4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고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완공될 예정이다. 2022년 있었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를 반영해 2036년 우리나라의 전력 믹스에서 원전의 비중을 35%까지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26기의 원전은 계속 운행하고 2024년 현재 완공에 가까운 새울3, 4호기, 신규 건설이 시작되는 새한울3, 4호기까지 합치면 2038년 우리나라에서 운영될 원전은 총 30기가 된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탈탄소 전환에서 원전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발전원 분류로서 친환경 에너지에 원전을 포함하고 있다. 발전산업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것은 재생에너지이지만 원전도 탈탄소 발전원의 구성요소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수준에서 원전의 발전 비중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은 원전을 활용하는 국가(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프랑스)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에서도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작고 원천기술도 없다.

필자는 탈탄소 이행을 위한 발전 부분 구조 전환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갈등은 잘못된 대립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원전건설인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인가를 두고 갈등을 일으켰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화석연료 발전이다. 탈탄소 전원의 중심을 원전으로 할 것이냐, 재생에너지로 할 것이냐를 두고 다투고 있을 때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크게 줄지 않는 게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이다.


필자는 보다 강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보급이 미국이나 중국 같은 국가들보다는 용이하지 않지만 이는 우리의 선택지라기보다는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를 확대해도 전력망 안정을 위해서는 기저 전력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적 조건의 변화에 따른 출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기저전력이 있어야 한다. 원전은 발전단가가 낮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기저 전력으로 적합하다. 발전산업 탈탄소화를 주장하는 진영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두고 서로 반목할 게 아니라 화석연료 발전 조기 폐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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