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일제강점기 국민 국적은 일본"에 SBS 기자 "조선 국민이라 했어야"

조현호 기자 2024. 8. 1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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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권으로 여행해야만 했던 역사적 사실, 부정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이종찬 광복회장 진의 왜곡, 법적 대응 검토" 야6당은 임명철회 결의안 제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기자회견에서 면접과정 때 일제시기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본이라고 답변한 뒤 그래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밝히자, SBS 기자가 조선국민이라고 답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종찬 광복회장과 면접과정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본”이라고 답변했다고 시인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이종찬 회장 등이 자신의 발언의 진의를 왜곡했고, 자신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계속 비방하면 법적 대응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SBS 기자가 “일제강점기는 우리 정부가 부정한 것이니 그 당시도 우리는 '조선의 국민이다'라고 했으면 문제가 안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8월15일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광복회를 비롯해 정치권에서까지 불참 사태가 이어지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관장은 면접 때 국적은 일본이라고 답변한 것과 관련해 “일제시대 우리나라 국민의 국적은 어디냐라고 물어서 '일제시대 국적은 일본이지요, 그래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서 우리가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닙니까'라고 한 답변을 두고서 '일본 신민이라고 주장했다'고 왜곡해 거짓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면접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국민 국적이 어디냐고 했을 때 '일본이다'라고 한 것이 맞는지 묻는 SBS 기자 질의에 김 관장은 “'일본이다'라고 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까지 했다”고 재차 답했다. 그러자 SBS 기자는 “일본이라고 했던 그 부분에 대해 궁금하다. 일제강점기는 우리 정부가 부정한 것이지 않느냐. 그 당시도 '우리는 조선의 국민'이라고 (답변)했으면 문제가 안됐을텐데”라며 “(김 관장 말이) 약간 상충된 측면이 있다. 분명히 일제강점기를 (우리 정부 입장처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도 반면에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관장은 “역사를 보는 관점이 두 가지다. 우리 환경 속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특수한 해석이 있고, 세계 속에서 바라보는 보편적인 방법이 있다”며 “(언론사) 기자가 나보고 '일제강점기에도 국적이 있었느냐'고 얘기했다. 그래서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일합방한 순간부터 일본 국적으로 편입되어져 버린거다, 왜 베를린올림픽 때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뛰었겠느냐. 손 선수도 원하지 않았겠지만, 나라가 망하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거다, 그래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 이것이 내 말의 정확한 워딩”이라고 답했다.

김 관장은 그러면서 “나는 내 입에서 일본 신민이라는 말을 뱉어본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관장은 “아무리 우리가 부인해도 일본에 강제로 편입되어졌기 때문에 일본 국민이 되어 국제대회에도 일본 대표로 가야만 했고, 여행을 하려 해도 일본 여권으로 여행을 했어야만 했고, 이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그래서 나는 아픈 역사는 기억하되 거기서 주는 교훈은 뭐냐, 나를 빼앗겨서는 안되겠다고 강조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관장은 자신의 건국론 지론을 두고 “대한민국의 건국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언급한 뒤 '1919년 상해 임시 정부로부터 시작되어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되었다'는 신용하 서울대 교수의 주장을 들어 “이것이 바로 저의 견해이고 신 교수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건국의 중요성을 두고 미국이 1776년 7월4일 독립을 선언 이후 1789년 4월30일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까지 13년에 걸쳐서 건국을 완성한 것과 나란히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한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는 사람을 비판하고 반대한다고도 했다. 이에 '그러면 향후 대통령실이나 정부여당에서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다면 직을 걸고 반대할 용의가 있느냐'는 CBS 기자 질의에 김 관장은 “있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서 설명드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만, 역사학자의 양심을 걸고 분명히 반대하겠다”고 답했다. 1945년 광복과 1948년 제헌 중 지금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나는 둘다 중요하지만, 1945년 일제 해방된 것이 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4·19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인정하는 것이 헌법전문에 위반하는 해석으로 보이는데 독립기념관장이 헌법 전문을 위반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경향신문 기자 질의에 김 관장은 “지난주까지는 독립기념관장이 아니어서 나름 소신을 글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관장이 된 이후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며 “관장으로서 이승만을 건국 아버지로 추대하는 입장이냐고 묻는다면 '시간이 필요하다'. 독립기념관장은 역사적 논쟁에 개입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 논쟁에 개입을 안 하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 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며,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에 대해서도 비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관장은 특히 “광복회가 나를 매도하는데, 이번에 나와 짧은 몇마디 대화를 왜곡해서 주위에 거짓 뉴스를 퍼뜨리는 분에 대해서는 내가 상당히 지금 격앙이 되어 있다”며 “그동안 독립운동가 후손의 명예도 중요하니 대응 안했는데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나한테 부당하게 비방하는데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대응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 신청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교감하거나 얘기를 나눈 게 있느냐는 한겨레 기자 질의에 김 관장은 “전혀 없다”고 했고, '그럼 사퇴의사는 없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6개 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독립기념관장 김형석 임명철회 촉구결의안을 제출했다. 김용만, 신장식, 전종덕 의원이 제출안 결의안 원문을 보면, “대한민국 국회는 정부가 독립기념관장으로 임시정부의 역사를 부정하고 친일파 인물을 옹호하는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임명한 것은, 국민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 행위로써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가 김형석 이사장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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