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280조 원…허사로 끝난 저출생 정책
[KBS 대구][앵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지방을 넘어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KBS 대구총국은 지역의 관점에서 저출생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뉴스를 앞으로 3달 간 이어갑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저출생 극복 예산으로 수백 조원을 쏟아 붓고도 실패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박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
가임기 여성이 평생 단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겁니다.
이같은 저출생 현상은 이미 20년 전부터 예견됐던 상황.
정부는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하고,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합니다.
[KBS 9시 뉴스/2006년 1월 15일 : "정부가 앞으로 5년간 3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까지 17년간 공식적으로 투입한 저출생 예산만 280조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한동안 유지되던 합계 출산율은 2018년을 기점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지며 곤두박질 치기 시작합니다.
저출생 대책을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데다 예산도 정부부처별로 중구난방 집행했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의 출산과 유아를 지원하는 정책보다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예방과 직장 내 성희롱 대응 등 적합성이 떨어지는 사업들도 저출생 극복 예산으로 포장됐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실제 지난해 저출생 예산 47조 원 중 핵심 대응 사업은 23조 원에 그친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정책이 겉도는 사이, 출산율 반등 기미는 보이질 않습니다.
연간 혼인 건수가 3년 연속 20만 건을 밑돌고 있고 첫 출산 평균 연령도 33세로 OECD 평균보다 4살이나 많습니다.
결국 정부는 부랴부랴 저출생 전담 조직을 만들기로 했지만 정교한 문제 인식과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재훈/경북행복재단 대표/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엉뚱한 예산들이 많이 있었고 그래서 예산의 효율성,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그런 예산의 비중을 늘려야 됩니다. 그 다음에 정책 내용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을 가져야 하고."]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린 한국.
반전의 기회를 만들 골든 타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그래픽:김지현
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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