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두고 윤석열‧한동훈‧이재명의 ‘동상이몽’
‘尹-韓 갈등’ 재발 분위기에 與 일각 ‘대통령 레임덕’ 우려
‘이재명 라이벌 복귀’ 관측에 野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왜 윤석열 대통령은 '김경수의 복권'을 결정한 것일까. 왜 한동훈은 그런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든 것일까. 이재명은 진심으로 '김경수의 복권'을 바랬을까.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의 내막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결정하자 여야 대표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전 대표 측이 직접 대통령실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한동훈 대표는 당의 중진들과 같이 복권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입장이 분명히 갈리면서 그 셈법과 속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복권 두고 이견…커지는 尹-韓 갈등 재발 우려
윤 대통령은 2022년 12월28일 김 전 지사를 특별사면했다. 특별사면은 형집행을 면제하는 것으로, 복권되지 않는 경우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김 전 지사의 피선거권은 2027년 12월28일 24시까지 제한됐다. 22대 총선과 21대 대선에 나서는 건 불가능했다.
당시 출소 후 취재진 앞에 선 김 전 지사는 사면은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원치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며"따듯한 사회를 만드는 거름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강제적 야인'이 된 김 전 지사가 돌연 정치권에서 다시 소환됐다. 대통령실이 광복절을 앞두고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13일 국무회의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확정되고 윤 대통령이 재가할 경우 김 전 지사의 피선거권 제한은 풀리게 된다. 김 전 지사 의지에 따라 향후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그런데 돌연 대통령실의 결정에 한동훈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정치적으로 정당한 결정인지 △김 전 지사의 복권 결정이 언제 이뤄진 것인지,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상반된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특히 '복권 결정 시점'을 두고 대통령실은 이미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었던 시절 정해졌던 수순이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한 대표 측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급기야 김 전 지사 복권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한 대표가 "제 뜻은 이미 알려졌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자, 대통령실이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맞서면서 당정 사이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 대표가 '김경수 복권'을 고리로 본격적인 '당정 관계 수평 재정립'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4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는데, 중진들이 '민주주의 파괴 사범에 대한 복권은 다른 사면복권과 또 다른 문제'라며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충돌할 시, 그 피해는 윤 대통령이 더 크게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 반대로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강성 보수층 내 '드루킹 사건'의 앙금이 여전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반발을 무시해도, 수긍해도 '레임덕' 우려가 커질 것이란 해석이다.
野 환영 기류 속 감도는 미묘한 긴장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불똥은 야권에도 튀었다. 민주당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표면적으로는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계파마다 미묘하게 다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명(親이재명)계에서는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 적자'인 김 전 지사가 비명계를 규합해 '이재명 대항마'로 나서는 상황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다면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뤄졌을까"라고 반문한 뒤 "결국 '이재명 힘 빼기'를 시도하려는 용산의 정략"이라고 의심했다. 민주한 한 초선의원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무리한 결정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때마다 '합의 정신'을 강조하곤 하는데, (김 전 지사의) 복권은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여당 대표와 협의도 없이 결정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가 당의 비주류가 된 비명계의 새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이재명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정치권 내 의견이 분분하다. "김 전 지사는 친노와 친문 지지층을 언제든지 등에 업을 수 있고 PK(부산‧울산‧경남)라는 지역적 기반까지 안고 있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는 긍정론과 "당내 비명계 의원 몇 명으로는 세 규합이 쉽지 않을 것"(박상병 정치평론가)이라는 비관론이 공존한다.
다만 김 전 지사를 둘러싼 논란에 가장 여유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90%에 가까운 '당심'을 확인한 이 전 대표다. 그는 김 전 지사 복권 소식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이번 복권 결정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아니라 '명심'(이 전 대표 의중)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며 김 전 지사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8일 사면·복권 회의 훨씬 전에 대통령실의 (사면·복권과 관련한) 질문이 있었다"며 "이 전 대표의 의견을 전달받고, 다른 분의 의견을 전달받아 직접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이 전 대표가 직접 김 전 지사의 사면을 요청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편, 김 전 지사 측은 아직 윤 대통령의 결정이 남은 만큼 복권 언급을 꺼리는 모습이다. 현재 독일에 머무는 김 전 지사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따른 복권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 계획대로 올해 11월 말이나 12월 초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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