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타자 테스형은 지금 KIA에 사치다…타격장인 없는 중심타선, 5번에서 시원하게 해결해주세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타이거즈 타선은 지금 비상사태다. ‘타격장인’ 최형우의 빈 자리가 여실히 느껴진다.
최형우는 6일 광주 KT 위즈전 막판 옆구리 통증으로 교체됐다. 결국 7일 내복사근 손상으로 1군에서 빠졌다. 일단 2주간 지켜보고 재활 프로세스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 시점에서 최형우의 복귀시점을 정확히 알긴 어렵다. 참고로 지난 3월 말 같은 부위를 다친 사이드암 임기영은 돌아오는데 2개월이 걸렸다.
이범호 감독은 타순 조정에 나섰다. 우선 타격감이 여전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나성범에게 4번을 맡겼다. 몸값, 역량을 종합할 때 그 정도의 무게감을 가져야 할 선수다. 김도영을 3번에 고정시키면서, 5번을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맡겼다.
엄청난 결단이었다. KIA 타선이 여름에 힘을 낼 수 있었던 원천 중 하나가 ‘1번타자=테스형’이기 때문이다. KIA 타선은 리그 최강을 자랑하지만, 은근히 딱 어울리는 리드오프가 없었다. 김도영은 중심타선에서 빼기 아까웠고, 최원준과 박찬호도 출루보다 쳐서 결과를 내는 유형의 타자들이다.
사실 소크라테스도 정형화된 1번은 아니다. 그러나 1번타순에 가도 좋은 타격감이 이어졌다. 올 시즌 1번 타순에서 타율 0.329 5홈런 15타점이다. 1번타자 출루율도 0.376으로 괜찮다. 현대야구에서 굳이 전통적인 1번타자 찾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또한, 소크라테스가 1번을 맡으면서 수비부담이 큰 박찬호가 9번에 고정돼 하위타선과 테이블세터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잘 해주면서 타선의 흐름이 좋아진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소크라테스~최원준~김도영~최형우~나성범~김선빈으로 이어지는 1~6번 공식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최형우가 빠지면서 나성범이 4번으로 올라왔고, 나성범의 뒤를 받칠 5번이 필요했다. 역시 적임자는 소크라테스다. 김선빈은 최근 타격감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고 수비부담도 있는 선수다. 최형우의 몫을 나성범에게 오롯이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면, 소크라테스가 그 몫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최근 4경기 연속 5번 타자로 나갔다. 뜨거웠던 6~7월에 비해 8월 들어 살짝 숨을 고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11일 광주 삼성전서 3루타 포함 3안타로 제 몫을 했다. 찬스에서 해결이 확실하게 되지 않으며 연장 끝에 4-5로 졌지만, 소크라테스의 5번 연착륙은 수확이었다.
퇴출 위기를 딛고 110경기서 타율 0.301 22홈런 76타점 73득점 OPS 0.874 득점권타율 0.333.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타고투저 시즌에 외국인타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볼륨치고 약간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6월부터 타격감이 확실히 올라왔고, 현 시점에서 소크라테스를 대체할 수 있는 카드도 없다. 이젠 믿고 가야 한다.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날카로움이 약간 부족한 나성범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도, KIA 타선은 최형우가 없는 시대를 생각할 때도 됐다. 역설적으로 지금이 미래를 위한 값진 준비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소크라테스의 퍼포먼스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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