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빛과 공간, 르코르뷔지에
자연광과 지속가능성」
르코르뷔지에 건축 이론 집약
‘새로운 건축의 5가지 요점’
유럽 여행기에 종종 등장하는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은 1952년 프랑스 마르세유에 처음 지어진 집합주택이다. '주택단위'란 뜻의 이 건축물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중 한명인 르코르뷔지에가 프랑스 마르세유·낭트, 독일 베를린 등에 세운 공동 주택의 명칭이다.
신간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자연광과 지속가능성」은 현대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 건축물에 나타나는 자연광을 통한 건축 의도와 성과, 친환경 건축의 의미를 살펴본다. 이관석 경희대 교수가 사용자의 위생과 환경을 고려해 자연광을 활용한 르코르뷔지에의 자연 친화적 건축을 집중 조명한다.
저자는 형상과 공간 전체가 어우러져 건축적 감동을 전하는 롱샹 성당과 라투레트 수도원의 두 예배공간에 나타나는 자연광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또한 과다한 자연광이 문제가 되는 인도 등 더운 지역에서 르코르뷔지에가 작업한 건축물들의 해결책들도 짚어본다.
이 책은 르코르뷔지에의 1920년대 건축 이론을 집약한 '새로운 건축의 5가지 요점'을 통해 그가 위생과 직결된 환기와 빛을 도입한 이유를 알아본다. 특히 기후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 그가 구사한, 당시 건축에선 찾아보기 힘든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배려를 추적하고 그 의미를 조명한다.
르코르뷔지에는 혁신적 건축설계와 시대를 앞서는 이론으로 현대 건축의 도래와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의 건축 작업 1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르코르뷔지에는 지역의 기후와 문화를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그는 누구보다 자연광을 통한 친환경 건축에 관심을 뒀으며, 오늘날 추구하는 친환경적 지속가능성의 건축을 20세기 초에 이미 시도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이 비환경적으로 인식된 이유는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 그의 상자형 백색 건축이 각 지역의 문화적·기후적 산물인 지역건축을 경시했다는 지적과 함께, 그의 도시계획 작업에 대한 논쟁이 편견을 양산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 책은 르코르뷔지에, 자연광, 지속가능성을 세 키워드로 엮어 설명한다. 전반부에는 르코르뷔지에가 자연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로 위생적 차원을 거론한다. 저자는 르코르뷔지에가 사망 원인 1·2위였던 독감과 결핵의 창궐에 건축과 도시가 아무런 대처를 못 하던 당시 상황을 직시하고, 빛이 풍부하고 환기가 잘되는 주거환경을 꿈꾸게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후 르코르뷔지에는 세계 곳곳에 건물을 짓게 되면서 태양의 열기가 문제가 되는 지역에 대한 대응법을 세웠다"며, 기후에 대응한 지역적 대응성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 면모를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에서 자연광이 장소를 밝히는 일차적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위생을 중시했음을 밝히며, 공간적·상징적으로도 큰 의미와 효용성이 있음을 언술한다. 저자는 20세기 근대건축이 지역의 기후와 문화를 등한시했다고 본 기존의 시각을 뒤집으며, 건축의 핵심 재료인 자연광을 활용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논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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