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특별했던 추억과 작별...'2028년 LA서 다시 만나요'[파리올림픽]
파리 하늘에서 활활 타올랐던 열기구 성화대의 불이 마침내 꺼졌다. 하지만 특별했던 파리 여름의 추억은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 수상 행진으로 개회식부터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24 파리올림픽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파리올림픽은 전 세계 20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 선수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직한 난민팀 선수를 합친 1만500여명이 32개 종목 329개 메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여자 역도 81kg 초과급 박혜정(21·고양시청)이 은메달을, 여자 근대5종 성승민(21·한국체대)이 동메달을 수확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은 21개 종목 선수 144명의 ‘소수 정예’ 선수단을 꾸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최종 순위 8위로 마쳤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 대회와 2012 런던 대회에서 달성한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이다. 또한 전체 메달 수 32개는 1988년 서울 대회 33개(금12, 은10, 동11)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파리올림픽은 대회 기간 내내 크고 작은 문제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회 자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분명한 점은 이번 대회가 올림픽 역사에서 변화의 큰 획을 그었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폐쇄된 스타디움 대신 완전히 개방된 센강에서 열린 개회식은 파격 그 자체였다. ‘Games Wide Open(열린 올림픽)’이라는 대회 슬로건답게 도시 전체가 경기장이었고, 경기장이 곧 파리였다. 에펠탑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훌륭한 배경이 됐다. AP통신은 “파리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에펠탑을 비롯한 파리의 명소들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변화를 강조한 파리올림픽의 정신은 폐회식에서도 빛났다. 폐회식에서 남자 마라톤 시상식이 열리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황영조도,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봉주도 폐회식에서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엔 달랐다. 폐회식 시상식 주인공은 남자가 아닌 여자 마라톤 선수들이었다. 사상 최초로 한 대회에서 5000m와 1만m(이상 동메달), 마라톤(금메달)을 동시에 차지한 ‘신인류’ 하산 시판(네덜란드)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옆에는 은메달리스트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와 동메달리스트 헬렌 오비리(케냐)가 자리했다. 변화하는 올림픽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빛의 도시’ 파리의 찬란했던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4년 뒤에는 새로운 축제가 찾아온다. 2028년 하계 올림픽은 ‘천사의 도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차기 개최지 LA는 ‘엔터테인먼트 올림픽’을 선언했다.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와이어에 몸을 묶고 스타디움 꼭대기에서 뛰어내린 뒤 바이크를 타고 질주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현실로 구현됐다.
LA 롱비치 해변에선 레드 핫 칠리페퍼스, 빌리 아일리스, 스눕 독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한바탕 신나는 공연을 펼쳤다. 2028년 LA올림픽이 거대한 할리우드 스튜디오이자 락 콘서트장으로 변신할 것임을 예고했다.
일부에선 ‘올림픽이 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스포츠 메가 이벤트 무용론’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럼에도 세계인들은 올림픽마다 울고 웃는다. 메달 하나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 육상 남자 200m에서 자국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레칠레 테보고)을 따낸 보츠와나는 그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왜 인류에게 올림픽이 필요한지 파리는 잘 보여줬다.
파리올림픽 폐회식은 샹송 ‘콤 다비튀드’(COMME D ‘HABITUDE·늘 그렇듯이)를 번안한 미국 국민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MY WAY)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이어질 올림픽의 새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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