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16, 36, 5…감동 준 ‘파리의 숫자들’
2024 파리올림픽이 12일 막을 내렸다. 기쁨과 아쉬움, 감동이 교차한 순간을 숫자로 돌아봤다.
32개의 메달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규모(144명)로 꾸려진 선수단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21개 종목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등 총 32개의 메달을 수확해,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대한체육회가 대회 전 제시한 ‘금메달 5개, 종합 15위권’ 목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와 함께 한국의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이다.
16살의 반란
남다른 배짱의 10대 선수들이 혜성처럼 등장해 돌풍을 일으켰다. 16살 사격 반효진(대구체고)은 총을 잡은 지 3년 만에 나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여자 공기소총 1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이자,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도 됐다. 19살 오예진(IBK)도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243.2점의 대회 신기록으로 1위를 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오예진과 동갑인 양궁 남수현(순천시청)은 첫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5개의 양궁 금
양궁 대표팀은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며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따내, 올림픽 양궁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 전훈영(30·인천시청)으로 구성된 여자 단체 대표팀은 중국을 슛오프 끝에 꺾고 10연패 위업을 썼고,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6·코오롱), 김제덕(20·예천군청) 등 남자 대표팀도 3연패를 일궜다.
김우진은 혼성 단체전과 개인전에서도 우승하며 3관왕을 해, 한국인 개인 통산 올림픽 최다인 금메달 5개 신기록을 세웠다. 임시현도 여자·혼성 단체전, 개인전 우승 등 3관왕을 했다. 김우진과 임시현은 나란히 대한체육회가 현장 기자단 투표로 뽑은 대회 최우수선수(MVP)도 됐다.
배드민턴의 28년, 탁구의 32년
배드민턴 안세영(22·삼성생명)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신유빈(20·대한항공)은 혼성 및 여자 단체전 동메달로 한국 탁구에 32년 만의 ‘멀티 메달’을 안겼다. 박태준(21·경희대)도 태권도 남자 58㎏ 정상에 오르며 종주국에 8년째 끊겼던 금맥을 되살렸다. 복싱 여자 54㎏에서 임애지(25·화순군청)가 딴 동메달은 한국이 2012년 런던 대회 한순철의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따낸 메달이자, 여자 복싱에서 사상 처음 따낸 올림픽 메달이다.
안바울의 36분
유도 대표팀 주장 안바울(30·남양주시청)은 36분의 투혼으로 이번 대회 최고의 영웅이 됐다. 안바울은 남자 66㎏ 16강전에서 떨어지며 개인전에서 예상보다 일찍 짐을 쌌다. 안바울은 혼성단체전 남자 73㎏급에 나설 대표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한 단계 위 체급에 출전, 16강(튀르키예), 8강(프랑스), 패자부활전(우즈베키스탄), 동메달 결정전(독일) 등 네 경기에서 무려 35분49초 동안 매트에 올랐다. 안바울의 투혼 덕분에 혼성 대표팀은 출전 선수 6명뿐 아니라 후보 선수 5명까지 모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의 14경기
신유빈은 15일 동안 1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거뜬히 소화해 내 ‘철인’과도 같은 면모를 뽐냈다. 개막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경기를 치렀다.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른 날이 이틀이나 되고, 휴식일은 3일밖에 없었다. 신유빈은 지친 몸을 이끌고 출전한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은혜(29·대한항공), 전지희(32·미래에셋)와 함께 독일을 3-0으로 꺾고 동메달을 확정한 뒤 “정신력으로 버텼다. 혼자가 아니라 언니들과 함께해 더 힘을 냈다. 눈앞에 메달이 있는데, 더 이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경기 때마다 주먹밥, 납작복숭아, 파워젤, 바나나 등 간식을 챙겨 먹으며 악착같이 기력을 보충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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