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고려아연 vs 딴지거는 영풍… 멀어진 밸류업

장우진 2024. 8. 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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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이익잉여금 3.8조원 불구
2016년부터 매년 172억원 배당
고려아연은 중간배당 목표 수립
10년간 4조원이상 환원 결정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갈등이 70년 동업관계를 갈라놓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번번이 딴지를 걸고 있지만, 정작 ㈜영풍은 구체적인 주주환원 전략을 발표하지 않은 채 '쥐꼬리 배당'에만 그쳐 밸류업 전략이 확연하게 갈린다. 두 기업간 갈등의 골도 경영권 신경전에서 시작돼 밸류업 이견으로까지 튀었다.

◇주주환원책 없는 영풍= 12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5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배당정책은 잉여현금흐름(FCF)의 약 90% 이내의 현금배당으로 실시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은 통상 기업들이 제시하는 '3개년 주주환원책' 등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구체적 전략을 말한다. 배당 규모의 경우 'FCF 90% 이내'로 수치를 명시했지만, 90%까지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원론적 수준의 언급으로 풀이된다. FCF의 경우 세후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값에서 투자 등 자본적 지출을 뺀 것으로, 배당이나 투자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영풍은 작년 적자 배당을 단행하는 등의 노력에 나서고 있다. 다만 2016년부터 실적과 무관하게 매년 172억원을 배당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FCF는 16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현재까지 쌓여있는 이익잉여금은 올 3월말 기준 3조8000억원가량 돼 '90% 이내'로 설정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영풍의 주총에서 '과소 배당에 해당한다'며 재무제표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영풍은 또 지난달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의 구체적인 주주환원 전략도 담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ESG 경영 성과 투명하게 공개, 주주가치 제고·이해관계자와의 동반 성장'이라든지 '기업가치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해 인사관리 정책 마련' 등의 원론적인 내용만 언급됐다.

◇주주환원 고려아연에 영풍 '딴지'= 고려아연은 ㈜영풍에 비해 한층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작년 2월에는 3년간(2023~2025년)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유지하고, 연 1회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배당정책을 수립했다. 또 작년 12월에는 2033년까지 10년간 4조원 이상의 금액을 배당이나 자사주 취득·소각의 방법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이 일환으로 고려아연은 올 상반기 중간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만원을 결정했다.

또 이달엔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하고,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 승인'을 위한 이사회를 지난 7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은 13명의 이사진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했다. 자사주 취득·소각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1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가치환원정책 중 하나지만, 장 고문은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 약화 가능성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보유 자사주를 2022년 LG화학, ㈜한화와 사업 제휴를 목적으로 맞교환했다.

㈜영풍은 또 고려아연이 작년 9월 현대차그룹 해외 계열사(HMG글로벌)를 대상으로 발행한 유상증자 대해서도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역시 장 고문 측의 지분율이 낮아진 것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경영권 놓고 장씨-최씨 지분 신경전=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율이 25.15%로 최대주주로 있으며,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30% 초반대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의 경우 최윤범 회장(1.82%)을 포함한 우호지분율이 30% 초반대로 장씨-최씨 일가 지분율이 엇비슷하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한화 H2에 대한 유상증자에 이어 작년 11월 자사주를 한화, LG화학 등의 자사주와 상호교환하고 한국투자증권 등에 매각해 우호지분 10.7%를 확보했다"며 "작년 9월 HMG글로벌에 신주 5%를 배정한 이후 고려아연 경영진의 지분율이 영풍 측을 넘어섰다. 신주 발행은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 확대'라는 사적 편익을 도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와 동시에 안정적인 배당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안정적 경영, 중장기적인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한 일관된 정책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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