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두번 죽이는 “누가 공무원 하랬어?”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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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공무원 합격했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는 자부심으로 공직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많은 업무량은 전문성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적은 보수는 사기를 떨어뜨려 영혼도 사명감도 다 잃어버린 '좀비'처럼 시키는 일만 하는 공무원을 만들고 있다.
공무원은 시민들을 위해,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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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근주 | 공무원
“엄마, 나 공무원 합격했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는 자부심으로 공직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본업 말고도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수거나 재난 비상근무를 시도 때도 없이 했다. 그 후 시청에 발령받아 일이 많으면 하루 12시간 넘게 책상에 앉아서 일하면서 허리 디스크로 주말마다 병원 치료를 받을 때도 ‘내가 하는 일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자부심으로 시작한 공무원이 내 생애 가장 잘못된 선택이 될 줄 그땐 몰랐다.
올 상반기 악성 민원, 업무 과중,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공무원이 10명이 넘는다. 공무원의 정신질환 발생 비율이 전체 산업재해의 11배에 달하고 정신질환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율은 9배나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매년 공무원을 1%씩 감축하겠다고 한다.
정부 총지출이 428조원이었던 2018년 공무원 인건비 비중은 8.3%였다. 그런데 올해 정부 총지출은 638조원으로 50% 이상 늘어났는데, 인건비 비중은 6.8%로 1.5%포인트 줄었다. 총지출은 늘어났는데 인건비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물가 상승률만큼 인건비를 인상하지 않았다는 것과 일이 늘어났음에도 공무원 수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100인 이상 민간기업 대비 공무원 보수 접근율은 2000년대 초반 95.9%까지 올라갔으나 지금은 83% 수준으로 떨어졌다. 과도한 업무량과 적은 보수로 공직사회를 떠나는 5년 미만 공무원이 2019년 6500명에서 2023년 1만3566명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
예산이 1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그 돈을 집행하는 사람은 공무원이다. 자부심으로 시작했던 공직 생활은 어느새 족쇄가 되어 공무원들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많은 업무량은 전문성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적은 보수는 사기를 떨어뜨려 영혼도 사명감도 다 잃어버린 ‘좀비’처럼 시키는 일만 하는 공무원을 만들고 있다.
‘누가 공무원 하랬어?, 지금이라도 다른 일 해!’ 공무원들이 힘들다는 기사에 항상 등장하는 말이다. 때로는 비아냥거리면서, 때로는 죽은 이를 애도하면서 하는 말들이다. 공무원이 이렇게 욕을 먹고, 일이 힘들었다면 알량한 사명감으로 공무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주의,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는 대통령이 공무원은 봉사자니깐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공무원들의 처우를 이런 식으로 만들 것을 알았다면 친구들처럼 민간기업에 취업해서 돈이라도 많이 벌어 봤을 것이다. 공무원들도 민간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에게 듣는 직장생활이 녹녹하진 않다. 그런데 공무원 생활도 녹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공무원은 시민들을 위해,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처럼 인력 부족으로 지침을 볼 시간마저 없이 야근을 매일 하게 된다면 전문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행정서비스의 질은 저하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행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본인의 업무에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며, 낮은 보수로 생계가 막막하지 않도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정부 총지출 대비 공무원 인건비 비중은 2021년 기준 10.7%라고 한다.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위해 공공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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