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법 오남용’ 빌미로 국민 기본권 제한 안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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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시행 26년이 되었다.
이를 두고 부당, 과도, 악의적 정보공개청구와 기관을 괴롭히기 위한 정보공개청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하는 정보공개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7월30일 입법예고되었다.
정보공개청구권 오남용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이 간과할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를 악의적 비공개 관행 방치와 국민 기본권 제한의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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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공동대표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시행 26년이 되었다. 정보공개법이 명시한 정보공개청구권은 놀라운 속도와 규모로 성장하였다. 평균 정보공개율은 75%에 달하며, 부분 공개까지를 포함한 공개율은 90%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정보공개율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에 대한 부당한 행태는 해소되고 있지 않다. 일부 권력기관들의 정보공개는 여전히 성역과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검찰 특활비 자료의 악의적 비공개 사례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모호한 비공개 대상 정보 기준은 20여년간 개정된 적이 없으며, 정보 부존재는 불복 절차조차 없다. 일부 권력기관들의 판례와 판결을 무시하는 반복적 비공개, 판결을 무시하는 정보 은폐, 정보공개 과정에서의 거짓말, 비공개 사유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같은 악의적 비공개 관행보다는 정보공개청구권의 오남용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오남용 문제의 심각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2022년 기준 전체 정보공개청구건의 27.7%가 단 2명에 의해 청구되었다. 1인당 20만건이 넘는다. 불과 10명의 욕설, 비방 등 악의적 반복 청구가 전체 정보공개청구 건수의 32.2%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부당, 과도, 악의적 정보공개청구와 기관을 괴롭히기 위한 정보공개청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하는 정보공개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7월30일 입법예고되었다.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제안되었다가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폐기된 바 있었던 개정안이 이번에는 정부 입법으로 제안된 것이다.
개정안은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한 요구”로 판단되는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세부적 기준은 시행령에 정하도록 하고 있다. 내용과 맥락을 살피지 않고, 정보공개 청구된 정보가 “방대한 양”이라고 판단되면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오남용의 문제는 이와 같은 법률 개정안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이는 현상적으로는 정보공개의 문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악성 민원의 문제다. 정보공개청구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보공개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온라인 정보공개시스템(open.go.kr)의 편의성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함을 판단하는 기준, “방대한 양”의 기준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다. 헌법적 기본적인 정보공개청구권에 대한 직접적 제한은 위헌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정보공개청구권의 확대를 논의해야 할 시점에 이를 축소하는 시도는 시대착오적 행태다.
정보공개청구권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정보공개청구권의 제한이 아니라, 온라인 정보공개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은 1분당 1건의 정보공개청구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법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 설정에 의해 정해진 것이다. 10분당 1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허용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정보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청구 대상 기관 모든 곳에 한 번에 다중정보공개청구 할 수 있는 현재의 다중청구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더불어 악성 민원에 대해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을 손 볼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청구권 오남용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이 간과할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를 악의적 비공개 관행 방치와 국민 기본권 제한의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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