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핵심안보라인 전격 재배치…지난달부터 '안보 강화' 구상
무언의 대북 메시지…정보사 논란 속 군 내부 기강 다잡기 해석도
외교안보특보 신설해 장호진 이동…"연속성·안정성도 고려"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외교안보라인 진용을 전격적으로 재배치했다.
군 장성 출신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신설하는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각각 기용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 안보 강화에 방점을 둔 인선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조태용 전 안보실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이동하고 장호진 안보실장이 임명된 지 8개월여 만에 이뤄진 인사이기도 하다.
특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장을 외교관 출신에서 군 출신 인사로 교체한 대목이 가장 눈길을 끈다.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안보실장에 외교부 출신을 기용해 한미·한미일 공조 복원 등 외교적 성과가 안착한 만큼, 현 시점에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해 '안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신 안보실장 내정자의 행로는 과거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의 이력 및 이미지와도 겹치는 측면이 적지않다.
이날 인사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브리핑 직전까지 보안이 유지되다 전격 발표됐다. 지난주 여름휴가를 보내고 이날 본격 업무에 복귀한 윤 대통령의 휴가 중 정국 구상의 결과물인 셈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갑작스럽게 결정된 인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참석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직접 목격했다. 이에 우리 외교안보 라인 개편에 대해 숙고해 오다 휴가 중 인사 구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안보실장을 맡은 김성한 전 실장은 학계와 외교부 차관을 거쳤고, 조태용·장호진 실장도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이들 전임 세 안보실장에게 주어진 주력 임무는 한미동맹 복원과 한일관계 개선이었고, 워싱턴 선언과 캠프데이비드 선언 등 구체적 성과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도발과 북·러 밀착 강화 등으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이전보다 엄중해졌고, 동맹 외교도 어느 정도 착근했다는 판단 아래 이제는 대외 정책의 무게추를 외교에서 안보로 옮겨가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이끄는 안보실장에 군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은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 당시 김관진 실장 이후 10년여만이다.
윤 대통령은 동시에 현 정부 요직을 맡던 이들을 연쇄 이동시킴으로써 업무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도 꾀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는 현 정부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으로 2년 넘게 윤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다. 대통령의 철학과 기조를 잘 이해한다는 평을 받는다.
정권 출범 당시 국방부 장관 출신 김관진 전 실장이 초대 국방부 장관 최적임자로 망설임 없이 김 후보자를 추천한 적도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신 장관은 10개월여 만에 외교·안보 사령탑인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 장관은 육사 37기, 김 후보자는 육군사관학교 38기로 한 기수 선후배 사이다.
국방부 장관은 물론 안보실장까지 모두 군 출신으로 배치함으로써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는 한편, 국군정보사령부 논란 등에 대응해 군 내부 기강을 다잡으려는 뜻도 엿보인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 발표에서 북한 오물 풍선과 관련해 기존 대응 외에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정보사 논란 관련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장호진 실장 교체가 문책성이 아니냐는 견해도 내놓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장 실장이 이룬 성과를 보면 문책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장 실장에게 외교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정부 외교 지평을 넓힐 '해결사' 중역을 맡겼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장 실장은 외교안보특보로서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뿐만 아니라 원전·방산 등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핵심 국익이 달린 전략 과제들을 통솔하게 된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장 특보는 우리 정부에서 초대 러시아 대사와 외교부 1차관, 안보실장을 연이어 맡아 다양한 외교적 성과를 이끌어 왔듯 계속해서 국제정세와 외교·안보 정책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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