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렀다…반도체 3배 레버리지 4주간 역대급 순매수[서학픽]
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하는 동안 서학개미들은 역대급 규모로 반도체주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들였다.
나스닥100지수 3배 레버리지 ETF와 엔비디아와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도 대거 순매수했다.
하지만 공포에 사는 이 전략은 아직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주 미국 기술주가 지난주 후반의 반등세를 이어가야 증시 급락 때 과감하게 레버리지 ETF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비로소 웃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학개미들은 주가가 급락하는 동안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플랫폼,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는 순매도했다.
장기 국채 3배 레버리지 ETF는 경기 침체 우려로 국채수익률이 하락(국채 가격은 상승)하자 대규모 차익 실현 매물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7일(결제일 기준 5~9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2억8481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5.8%, 나스닥지수는 8.0%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8~9일 이틀간 S&P500지수는 2.8%, 나스닥지수는 3.4% 급반등했다.
올들어 미국 증시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던 지난 1~7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5억8038만달러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은 신규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큰 폭으로 늘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7.1% 폭락한 지난 1일에만 1억9500만달러의 SOXL을 순매수했다.
지난 7월 고용지표가 '쇼크'로 발표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2% 급락한 지난 2일에도 SOXL을 1억9700만달러 순매수했다. 아시아 증시가 블랙먼데이를 맞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9% 하락한 지난 5일에도 SOXL을 7000만달러 추가로 순매수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1% 상승한 지난 6일에는 규모가 대폭 줄긴 했지만 역시 SOXL을 3900만달러 순매수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제지수가 또 다시 3.1% 하락한 지난 7일에는 SOXL 순매수 규모를 다시 8000만달러대로 늘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일에 6.9% 급반등했지만 9일엔 다시 0.4% 하락했다.이에 따라 SOXL은 지난 8일 하루에만 20% 폭등했지만 9일엔 1.4% 하락했다.
SOXL을 지난 1일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지만 지난 2일 매수분부터는 9일 기준으로 수익이 난 것으로 파악된다.
SOXL을 지난 2일 종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9일까지 5.7%, 3일 종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11.2%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운 좋게 지난 7일 종가에 매수했다면 18%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이 지난 7월11일부터 8월7일까지 4주 연속 총 14억7100만달러의 SOXL을 순매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동안 누적된 손실은 상당하다.
SOXL은 지난 7월11일부터 8월9일까지 4주일간 54.8% 폭락했다. 이 손실을 모두 만회하려면 SOXL은 2배가량 올라야 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약 30% 상승해야 한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도 9700만달러 순매수했다. TQQQ는 지난 7월18일부터 3주째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되며 총 2억5900만달러 이상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각각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와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도 각각 6072만달러와 5073만달러 순매수했다.
NVDL은 SOXL과 마찬가지로 지난 7월11일부터 4주 연속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되며 총 2억4600만달러 이상이 순매수됐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코인베이스 데일리 ETF(CONL)까지 2043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는 2~3배 레버리지 ETF만 5개에 달했다.
서학개미들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도체회사 인텔과 서버회사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도 5827만달러와 1794만달러 순매수했다.
또 주가 급락 때 개별 종목보다 증시 전체를 저가 매수한다는 관점으로 나스닥100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와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QQQM), S&P5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를 각각 3632만달러, 2152만달러, 1930만달러 순매수했다.
QQQM과 QQQ는 벤치마크가 나스닥100지수로 똑같고 수수료만 QQQM이 0.15%, QQQ가 0.2%로 다르다.
서학개미들은 급락장에서 대형 기술주에 대해서는 매도 우위로 대응했다.
지난 1~7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애플이었다. 지난 5일 미국 연방법원은 구글이 파트너 회사들에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 검색으로 배치하는 대신 돈을 지불해온 것이 반경쟁적 독점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구글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구글로부터 기본 검색 설정 대가로 돈을 받아온 애플의 경우 수익원 하나가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에 처했다.
서학개미들은 애플을 9295만달러,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클래식 A 주식을 3656만달러 순매도했다.
하지만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마이크로소프트도 3876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엔비디아는 3524만달러의 순매도로 6주째 매도 우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순매도 규모는 직전주의 5300억달러대에서 줄어든 것이다.
빅테크 기업인 메타 플랫폼과 아마존도 각각 2179만달러와 2004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들로 구성된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도 6442만달러 순매도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국채 가격이 오르며(국채수익률 하락) TMF 가격이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리츠(REITs)로 월배당 상품인 리얼티 인컴(O)도 차익 매물로 4835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리얼티 인컴은 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가 관심을 끌면서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2308만달러 순매도되며 최근의 매도 우위가 이어졌다. 팔란티어는 지난 5일 장 마감 후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상승했으나 서학개미들은 줄기찬 순매도를 지속했다.
반도체주 급락으로 가격이 급등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는 차익 실현으로 2759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3주째 순매도 행진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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