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AI, 이제 `유행`에서 `실용`으로

2024. 8.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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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곤 K정책플랫폼 이머징이슈 연구위원·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세상에는 유행과 관련해 둔감한 사람, 따르는 사람, 창조하는 사람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누가 유행을 창조할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오픈AI가 2015년 탄생할 때만 해도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비영리 단체가 생성형 AI(generative AI) 분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했다. 또한 통합장비제조회사(IMD), 칩설계회사(fabless), 생산전담회사(foundry)로 구성된 새로운 반도체 분업 모델을 정착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대만 반도체회사(TSMC)가 할지도 알지 못했다.

이렇게 불확실한 혁신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신호 모형'(signaling model)이다. 혁신가들이 자신의 가치에 대해 신호를 보내면 기업이나 투자자가 이를 해석하여 혁신가를 선정·투자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신호 모형은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상황에서 혁신가에게 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모형에서는 혁신가에게 기술 혁신 능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혁신 역량을 설명할 수 있는 소통 역량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의 AI 관련 연구지원 역시 이렇게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역량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정부가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 모형은 투자자 주도의 '스크린 모형'이다. 이 모형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혁신가를 탐색하고 발굴하여 투자를 하는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는 벤처캐피털의 역량이 중요하다. 벤처캐피털은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산업 네트워크, 이전 투자 경험 등을 바탕으로 혁신가를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과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

세 번째 모형은 포트폴리오 기반의 '분산투자 모형'이다. 투자자도 혁신가를 판단할 능력도 없고, 혁신가도 효과적인 신호를 보낼 역량이 부족하다면 투자자는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게 된다. 이 경우 다양한 혁신가가 기회를 가져 공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소 투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미래 유행을 선도할 혁신가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이 세 가지 모형 모두 AI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으면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대학의 학생창업지원에 투입된 자금은 교비와 외부지원 자금을 포함해 1956억원에 달했지만 학생 창업기업의 총매출액은 210억원에 불과했다. 1826개의 창업기업 중 고용 발생기업은 283개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한다지만 적절한 스크린이 이루어지지 않는 창업지원의 한계는 명확하다. 최근 AI 거품론이 등장하는 이유도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 수익성이 너무 실망스럽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AI 분야는 기술 혁신과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특히 문제 해결에 AI가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은 다양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같은 도시의 주차장은 QR 코드를 통해 비용을 바로 지불할 수 있고, 앱을 통해 활발히 인력이 거래된다. 중국에서는 호텔 팁도 QR 코드로 지불한다.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물가가 싼 국가들은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키르키스스탄에서는 자연 환경이 뛰어난 곳에 인터넷 시설을 충분히 제공하면서 전 세계의 디지털 기술자들이 휴양을 하면서 일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 인재를 끌어들이려고 한다. 대만에선 정밀기계 가공 오차를 줄이기 위해 AI 기술을 사용하였는데 이 AI 기술이 다시 다른 중소기업에도 활용되고, 그 활용 정보가 다시 AI 학습에 활용되면서 중소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였다고 한다. 더 많은 문제 해결의 사례가 만들어질수록 AI는 단기적 유행에서 지속가능한 흐름이 될 수 있다.

막연히 AI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유행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AI는 기술 주도의 시대에서 점점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용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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