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5년차 최정원 “100번 부른 노래와 1000번은 달라…같은 연기 한 번도 없었다”
‘하데스타운’ ‘시카고’ 동시 출연중
시카고는 초연 후 24년간 ‘매시즌’
동료들이 인정하는 ‘자기관리 화신’
“공연장 가면 에너지가 솟아나요”
8일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공연 중인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인터뷰하기 전날 최정원(55)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상연 중인 또 다른 뮤지컬 <시카고>의 낮 공연과 밤 공연을 소화했다. 사진을 위한 포즈를 취하며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말로 설명하다 답답하면 직접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무대 위에서나 아래서나 ‘천생 뮤지컬 배우’다. ‘가만있어도 진 빠지는 더위에 하루 2회 공연이 괜찮은가’ 물었더니 “3번 정도는 해야 에너지가 소진된다”고 답했다.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아가씨 6번’으로 데뷔한 후 35년이 흘렀다. 여전한 뮤지컬 톱스타 최정원은 이번 여름 가장 인기 있는 대극장 뮤지컬 <하데스타운>과 <시카고>에 동시 출연 중이다. <하데스타운>에선 남신 헤르메스 역을 이번에 첫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맡았다. <시카고>는 2000년 초연 이후 모든 시즌에 등장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최정원은 공연의 첫 넘버를 부르며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그날 공연 분위기가 저로 인해 바뀔 수 있잖아요. 제 에너지가 떨어져 있으면 다른 배우와 관객도 그러니까…. 두세 달 연습했던 모든 걸 손가락 끝까지 에너지로 줘요, 건강함이 객석으로 전달되도록. 무대 올라가면 2층 끝 객석까지 다 보여요. ‘오늘은 얼마나 재밌을까’ 반짝이는 기대감이 다 느껴져요. 제게 관객은 벽이 아니에요. 관객 숨소리에 내 숨소리도 바뀌니까.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지금도 무대에 서고 있어요.”
최정원은 무대에 서고 나면 “몸이 정화된 듯 아주 맑다”고 말했다. 35년간 공연하면서 “연기에 만족하지 못해 속상한 적은 있지만, 힘든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공연장에 갔다가도 워밍업하고, 동료 배우 만나고, 스태프 보면 “갑자기 에너지가 솟아나고, 공연하면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대부분 장기 상연이다. <하데스타운>만 해도 서울에서 석 달 공연하고, 곧바로 지방 공연을 이어간다. 그 기간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최정원은 대부분 동료가 인정하는 ‘자기관리의 화신’이다. 체형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는 <시카고>만 봐도 최정원이 평소 얼마나 많은 운동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때 수상스키를 좋아했으나 혹시 부상을 당할까 봐 포기하고, 수영하고 걷고 ‘천국의 계단’(스텝밀)을 오른다.
“얼마나 행복해요. ‘아프면 안 된다’는 목적 때문에 더 건강관리를 하고 음식 조절하고…. 소식하고 천천히 먹고 양념 많이 안 된 음식 먹어요. 화장실 때문에 물도 과하게 마시지 않아요. 요즘엔 아침에 양배추, 브로콜리를 쪄서 소금에 찍어 먹어요. 결국 공연에 안 좋은 건 제 몸에도 안 좋은 거니까.”
<시카고>는 모든 시즌에 ‘개근’했으니 연습이 필요 없는 것 아닐까. 최정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습은 제가 누구보다 많이 합니다. 100번 부른 노래하고 1000번 부른 노래가 달라요. 자다가 일어나서 부를 정도가 돼야 하거든요. 24년 하니까 ‘올 댓 재즈’(<시카고>의 첫 넘버)의 의미를 알 것 같네요. 그간 똑같은 연기는 한 번도 없었어요. 제 무대는 ‘오늘 만나는 활어회’입니다.”
최정원의 작품 이력은 대다수 뮤지컬과 소수의 연극으로만 채워져 있다. “제목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영화, 드라마” 출연 제안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최정원은 “무대에서 내가 가장 빛나는 것 같다. 오늘 공연에서 만날 관객 생각하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말했다.
“무대가 준비되면 내 집인 것처럼 항상 맨발로 걸어봐요. 눈을 감고서도 계단이 몇 개인지, 폭이 얼마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신발을 신더라도 무대 더러워질까 봐 밖에서 신은 신발은 신지 않아요. 제가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이니까.”
그가 무대에 있는 동안 한국 뮤지컬계는 질과 양 모두에서 급성장했다. 배우와 스태프의 실력이 늘었고,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올라가는 작품도 생겼다. 그는 “저희 세대는 직접 조명 달고 포스터 붙이고 의상도 손수 빨았다. 요즘엔 배우들이 좋은 환경에서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서도 “직접 빨면서 의상에 대한 애정이 생기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말 많은 배우와 공연했다. ‘남경읍 오빠’ ‘인순이 언니’와도 만났고, 요즘엔 대부분 자신보다 젊은 배우들과 함께한다. 그는 “어머니가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해주신 덕분에 싫은 사람은 없다. 후배들마다 장점이 보이고, 그 장점을 너무나 배우고 싶다. 매일 누구를 관찰해 거기서 선물을 받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환경이 어려운 어린이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유명한 뮤지컬 배우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춤추고 노래하면서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다. 그는 한창 몰입해 있는 <하데스타운>의 배역처럼 “엄마 같은 마음, 오르페우스를 바라보는 헤르메스 같은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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