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네타냐후의 ‘자위권’에 돌을 던져라

정의길 기자 2024. 8.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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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4일 미국을 방문하고 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을 도중에 미국 시민들이 건물 밖에서 ’집단학살을 멈추라’며 항의 시위를 열었다. AFP 연합뉴스

“내가 아랍 지도자라면, 결코 이스라엘과 타협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우리가 그들의 나라를 빼앗았다. … 우리는 (고대) 이스라엘 출신이기는 하나, 2천년 전이고, 그게 그들에게는 뭐란 말인가? 반유대주의, 나치, 히틀러, 아우슈비츠가 있었지만, 그게 그들의 잘못인가?”

정의길 | 국제부 선임기자

이란이 수도 테헤란에서 대통령 취임식에 즈음해 일어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로 이스라엘에 보복을 천명해, 충돌 일보 직전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중동 긴장과 분쟁을 막는다며, 이스라엘 방위를 다짐하고 이란에 공격하지 말라는 압박만 넣고 있다.

만약 이란이 보복한다면, 이스라엘의 대응은 자위권으로 평가될 것이다. 중동 긴장과 분쟁의 책임은 이란에 넘겨지고, 이스라엘의 대응 공격은 주권을 지키고 자위권을 행사하는 정의의 싸움이거나 적어도 어쩔 수 없는 전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 전쟁(1차 중동전쟁), 1956년 시나이 전쟁(수에즈 위기, 2차 중동전쟁), 1967년 6일 전쟁(3차 중동전쟁), 1967∼1970년 이집트와의 소모전, 1973년 욤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1982년 레바논 전쟁, 1987∼1993년 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 2000∼2005년 2차 인티파다, 2006년 레바논 전쟁, 2008년 이후 가자 전쟁(네차례의 주요 전투 및 현재 본격적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벌여왔다. 독립 이후 76년 동안 공식적으로 41년 동안 전쟁을 했다. 나머지 기간도 사실은 저강도 교전을 벌여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이란, 예멘의 안사르알라(후티 반군)와 전쟁을 하거나 무력충돌했다.

서방은 이 모든 전쟁과 교전은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라며 지지해왔다. 즉, 이스라엘이 자신을 지키려는 어쩔 수 없는 전쟁이란 뜻이다. 과연 그럴까? 이스라엘이 중동에 군사강국으로 떠오른 1967년 6일 전쟁을 촉발한 한 배경인 시리아와의 국경 충돌을 보자. 당시 이스라엘방위군 참모총장인 모셰 다얀의 설명이다.

“우리는 시리아가 총격을 시작할 것으로 알고 비무장지대 안으로 밭을 가는 트랙터를 보낸다. 시리아가 자제하면, 우리는 그들이 절제를 잃고 총격을 가할 때까지 트랙터를 전진시키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우리도 대포를 발사하기 시작하고, 병력을 보낸다.”

상대가 발포할 때까지 도발해 충돌과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벌인 지금까지 주요한 10차례 전쟁의 경과는 대개 비슷했다. 이스라엘이 도발하고, 상대가 대응하면,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명분으로 전쟁을 벌이고, 서방은 이를 지지하는 패턴이다. 그리고 그 전쟁의 책임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위협해 긴장을 고조하는 역대 중동 국가들에 돌아갔다. 이집트를 시작으로 시리아, 이라크를 거쳐서 이제는 이란이다.

이스라엘은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까지는 영토 확장을 위해 주변국과 전쟁을 벌였다. 이스라엘의 팽창은 이에 저항하는 세력을 내부와 주변에서 성장시켰다. 그로 인해 1980년대 이후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비국가 세력과 장기전,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과 ‘그림자 전쟁’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지속되는 저강도 교전, 이란의 헤즈볼라 등 지원을 자신들이 대응할 수밖에 없는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는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다비드 벤구리온 전 총리가 나훔 골드만 세계유대인총회 의장에게 한 말을 들어보자.

“내가 아랍 지도자라면, 결코 이스라엘과 타협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우리가 그들의 나라를 빼앗았다. … 우리는 (고대) 이스라엘 출신이기는 하나, 2천년 전이고, 그게 그들에게는 뭐란 말인가? 반유대주의, 나치, 히틀러, 아우슈비츠가 있었지만, 그게 그들의 잘못인가? 그들이 보는 유일한 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 왔고, 그들의 나라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벤구리온의 이 말은 이스라엘이 왜 팔레스타인과 주변 세력들과 결코 화해하지 않고, 공격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즉, 건국 이후 자신의 존재 자체가 중동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것이기에 이를 관철하려면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모셰 다얀이 말한 것처럼 도발을 하고는 상대가 대응하면 전쟁을 일으켜 자신의 존재를 무력으로 관철해왔다.

하니야 암살 이후 벌어지는 사태는 그 전형이다. 전례 없는 도발을 벌여놓고 이란이 대응하면, 이를 다시 확전으로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이다. 그럼에도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과 염증은 만연해졌다. 이스라엘의 이런 자위권에, 그 자위권을 자신의 정권 유지에까지 활용하는 베냐민 네타냐후에게 돌을 더 던져야 한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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