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린 70대 日남성...유산균 먹고 사망, 무슨 일?

정은지 2024. 8. 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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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 받은 남성, 약물 부작용으로 설사...이를 치료하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먹었지만 균혈증 나타나 결국 사망, “특정 환자 프로바이오틱스 사용 여부에 신중 기해야"
일본의 한 고령 남성이 중증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후 치명적인 세균 감염을 겪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 사진 =입원했을 때 촬영한 스캔에서 호흡 문제 확인 / 아래 사진 = 사망 전 시행된 복부 스캔에서 장벽에 가스가 있는 모습 [사진 출처=영국 의학 저널 사례 보고(BMJ Case Reports)]

최근 일본의 한 고령 남성이 중증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후 치명적인 세균 감염을 겪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2세 이 남성은 처음 발견 시 자택의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대장암, 흉통, 고혈압, 췌장 낭종 등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당시 흡연과 음주를 하고 있었다. 일본 후지타 건강 대학 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그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인 덱사메타손과 면역억제제인 토실리주맙으로 치료했다.

이후 호흡 상태는 개선됐지만 약물로 인해 설사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이를 치료하기 위해 클로스트리디움 부티리쿰(Clostridium butyricum)이라는 박테리아 균주, 특히 클로스트리디움 부티리쿰 미야이리 588(C. butyricum MIYAIRI 588, 이하 CBM 588 캡슐)을 처방했다. 이 균주는 일본에서 설사 치료를 위해 개발된 프로바이오틱스로 특정 장 질환을 개선하는데 사용되며, 정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이 일본 남성은 병원에 입원한 지 33일째에 중환자실에서 퇴원했다. 그러나 약 25일 후, 그는 지속적인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급속히 다장기 부전을 겪었고 결국 사망했다. 병원에 처음 입원한 지 약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의료진은 지난주 영국 의학 저널 사례 보고(BMJ Case Reports)에 이 사례를 기고하면서, 해당 프로바이오틱스 정제에 대해 "일본에서 설사 치료를 위한 프로바이오틱스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C. difficile 감염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 남성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후 클로스트리디움 부티리쿰 균혈증을 겪었다. 균혈증은 혈류에 세균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혈액은 무균상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세균이 혈류에 들어가게 되면서 균혈증을 유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혈압의 급격한 저하와 같은 전신적인 혈액 순환 장애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이 상태로 인해 남성에게서 비폐쇄성 장간막 허혈(Non-occlusive Mesenteric Ischemia, NOMI)도 발생했다.

비폐쇄성 장간막 허혈은 장간막 동맥(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동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장 조직에 허혈, 즉 산소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동맥이 물리적으로 막히는 것이 아닌, 혈류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나타난 것으로, 이 남성은 이로 인한 다장기 부전에 의해 장조직이 괴사해 사망했다.

의료진은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양한 위장관 증상과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처방되지만, 이 보고서에서와 같이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남성의 죽음을 "중증 코로나19 치료 후 발생한 최초의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클로스트리디움 부티리쿰 균혈증 사례"로 설명했다.

CBM 588 캡슐은 현재 미국 약국에서 판매되지는 않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두아르테에 있는 시티 오브 호프 암 센터에서 고도 신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 중이다.

장 건강에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삼가야 하는 경우...암, 크론병 등 환자 주의, 균혈증 일으키기도

한편, 일본 오사카 대학교 수석 저자인 류이치 미노다 사다 박사팀은 지난 5월 연구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 인해 클로스트리디움 부티리쿰이 원인이 된 균혈증 사례 5건을 확인했다. 사다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번 사례에서처럼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입원 환자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으로 인해 균혈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강조하며 신중한 처방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실제로 장 건강에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도 섭취하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 암 환자·면역억제제 복용자는 삼가는 것이 좋다. 항암치료나 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했을 때 균혈증·패혈증 감염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역시 일종의 균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과도해지면 일반 세균처럼 작용해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크론병·장누수증후군 환자도 주의해야한다. 가급적 섭취하지 않은 것이 좋다. 이들은 장 내벽을 덮고 있는 장막이 건강하지 않고, 느슨하거나 틈이 있다. 장막이 느슨하면 이 사이에 균이 침투해 혈관 등으로 들어가 패혈증 감염이 생길 수 있다. 혈액 속에 균이 침투해 전신을 순환하면 균혈증, 이로 인해 과도한 염증반응이 나타나면 패혈증이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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