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복절마저 ‘국론분열의 장’으로 만든 윤 대통령

기자 2024. 8. 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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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계열로 지목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광복회와 야당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철회되지 않으면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12일 밝혔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도 정부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의 광복절 행사를 열기로 했다. 독립기념관은 김 관장이 정부 경축식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개관 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적인 광복절 경축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통합의 장이 돼야 할 광복절이 국론분열의 장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광복회 등이 반발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김 관장 임명이다. 김 관장은 지난해 12월 ‘자유민주를 위한 국민운동’ 행사에서 “1945년 8월15일이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이야말로 진정한 광복절이라는 것이다. 뉴라이트 진영의 1948년 8·15 건국론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고, 본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뉴라이트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이런 인물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했으니 광복회와 독립운동가 단체들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 인사들을 역사·교육 기관장으로 대거 발탁했다.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근대화됐다고 미화하고,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 역사를 폄훼하며, 독재의 어두운 역사를 경시하며,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 정부에서 홍범도 장군의 육사 흉상 철거 논란이 벌어진 것, 강제징용 3자 변제안과 굴욕적인 사도광산 외교 참사가 일어난 것, 영화진흥위원회가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평가한 이승만 미화 다큐를 KBS가 광복절 기획으로 방영하는 것도 뉴라이트 발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뉴라이트 사관이 윤석열 정부 역사관으로 자리잡은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세 가지 역사 원칙을 견지했다. 첫째 좌우를 떠나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의 역사는 존중해야 한다는 것, 둘째 설혹 근대화에 공이 있다손 치더라도 독재의 역사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 셋째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서도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원칙이 윤석열 정부에서 깨졌다.

가뜩이나 양극화한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통합하려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우극단의 뉴라이트 인사들을 중용해 이종찬 광복회장 같은 정통 보수인사마저 등돌리게 만들었다. 이쯤되면 보수정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렇게 국론을 분열시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철 지난 역사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윤 대통령은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뉴라이트의 역사수정주의 사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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