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꼬인 M&A 실타래, 우투증권이 풀어낼 수 있을까[시장팀의 마켓워치]
2014년 민영화를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던 우리금융지주는 알토란 같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금융지주에 매각합니다. 자본시장의 첨병을 잃어버린 우리은행은 한동안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죠. 2019년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로 전환했고, 당시 회장이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다시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공언합니다. 내부적으로 증권사 인수가 최우선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요.
하지만 증권사가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았고,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하려고 한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만 증권업계에 나돌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매각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우리금융지주가 즉각 인수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한양학원이 보유한 일부 주식을 매입한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지분을 사들인다는 인수 계획을 세웁니다. 가격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셨죠.
하지만 순탄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양증권 인수 작업은 2022년 말 암초를 맞이합니다. 한국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겁니다. 한양증권 인수 작업은 일시 중단됩니다. 시장이 안정된 이후 다시 논의해 보자면서 훗날을 기약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우리금융지주는 최종적으로 한양증권이 아닌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키로 합니다. 당시 레고랜드 사태와 금리 급등으로 인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커지자 다올증권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급매로 내놨는데, 우리금융지주가 이를 바로 낚아챘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권 강화를 위한 M&A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M&A 업계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도 했는데요. 특히 금융지주 입장에서 비은행권 강화를 위해서는 증권사 인수가 선행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돌기도 했습니다. 가격 관련해서도 ‘고가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를 2150억 원에 인수했는데, 인수 당시였던 2022년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당기순이익이 127억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이에 여러 가지 정황상 손 전 회장의 연임 때문에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서둘러 인수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불확실성이 높던 한양증권보다 당장 임기 내에 확실한 결과물로 잡힐 수 있는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한 IB 관계자도 “인수 시너지효과로만 따지면 VC보다는 증권사가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양증권 대신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선택한 이후 우리금융지주의 M&A 전략이 꼬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한 뒤 헐값으로 포스증권을 인수, 우리종금과 합병해서 새로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습니다. 포스증권은 이름만 증권사이지, 인력·인프라·시스템은 모두 부족합니다. 백지에서 출발하는 셈이죠.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다수의 인력을 뽑고, 주요 라이선스를 받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의 몇 없는 매물인 한양증권이 다시 M&A 시장에 나왔지만, 당장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하느라 우리금융지주는 인수전에도 참여하지 못하면서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출범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지주에 시너지를 가져다주는 강한 증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에 향후 수년간 조 단위의 자본을 확충할 것이라는데, 결국 ‘우려’를 ‘기대’로 바꾸는 것은 우리금융의 행보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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