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내수, 사면초가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4. 8. 12. 18: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내수 침체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20개월 넘게 계속된 고금리·고물가 부담이 민생 경기에 전방위적인 충격을 주면서다.

건설업을 비롯한 내수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구직급여 신청자가 한 달 새 7% 이상 늘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출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에도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고금리 장기화를 지목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매판매 급감 금융위기 후 하락폭 최대
연금 조기수급 90만명이 미리받기 선택
실업급여 급증 신청자 작년 대비 7.7%↑
불황형 소비만 마트·편의점서 짠물 쇼핑

◆ 내수불황 그림자 ◆

내수 침체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20개월 넘게 계속된 고금리·고물가 부담이 민생 경기에 전방위적인 충격을 주면서다. 값싼 물건을 찾는 불황형 소비만 늘면서 전국 소매판매가 15년 만에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불황의 그림자는 취약계층부터 흔들고 있다. 건설업을 비롯한 내수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구직급여 신청자가 한 달 새 7% 이상 늘었다. 직격탄을 맞은 고령층은 노후 대비 자금에도 손을 댔다. 연금이 깎이더라도 일찍 받겠다는 고령자가 9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정책 전환으로 급한 불을 끄면서 저소득층 위주로 선별적인 재정정책을 처방하는 게 시급해졌다는 지적이다.

12일 통계청은 '2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발표하면서 전국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낙폭으로 최근 9개 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소비가 부진한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해 1월 이후 지속된 고금리 환경이 꼽힌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출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에도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고금리 장기화를 지목했다.

소비자 씀씀이가 줄어드는 가운데 불황형 소비 행태도 뚜렷해졌다. 올해 상반기 돼지고기 수입액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값싼)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도 75.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26)보다 크게 떨어졌다. 편의점 GS25에서는 소비 기한 임박 신선식품을 최대 45% 싸게 파는 마감할인 서비스 매출이 지난해보다 4.5배 이상 늘었다.

고용 한파는 심해졌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가 11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급증했다고 밝혔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건설·조선·해운업 구직급여 신청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고용 위축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고령층은 국민연금을 당겨 받으며 소득절벽을 버티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노령연금 수급자 중 조기 연금 수급자가 전체의 15%에 달했다. 연금 수급 연령(올해 기준 63세)까지 소득절벽을 버티지 못하고 급전을 찾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문제면 재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금리 정책은 물가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데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재정정책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 대출 중에 부실화된 대출을 선제적으로 탕감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 이희조 기자 / 이윤식 기자 / 박홍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