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엿새째 러 본토 공격 우크라, 자포리자 원전까지 불길
우크라이나의 기습적인 본토 공격에 맞서 러시아가 반격에 나서며 교전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침입한 뒤 지상전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탑에 화재까지 발생해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국경에서 각각 25㎞,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군 기동대의 돌파 시도를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Mi-28NM 공격 헬기가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무기를 공격해 모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파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누적 병력 손실은 최대 1350명에 달하며 지금까지 탱크 29대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의 15∼35㎞까지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장이 러시아 본토로 확장되면서 러시아 측 민간인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쿠르스크 시내 주택에 우크라이나 미사일 파편이 떨어지면서 13명이 다쳤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했습니다. 대규모 피란민도 발생했습니다. 타스 통신은 지금까지 총 8만4000명 이상이 쿠르스크 국경지대에서 대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습적인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에 허를 찔린 러시아는 반격에 나섰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10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교 브로바리 지역을 폭격해 민간인 2명이 숨졌습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밤새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 57대 중 53대를 격추했으며,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에는 북한산 미사일 4기도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대반격에 실패한 이후 잇따라 자국 북동부 영토를 실지하며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며 모처럼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국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군사작전 중임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습니다. 그는 전날 저녁 정례 연설에서 "침략자(러시아)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 행동에 대해 보고 받았다"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이번 공격으로 그간 줄어들었던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환기하고 지지부진해졌던 서방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공격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적의 영토에서도 복잡한 작전을 수행 가능하다고 서방과 동맹국에 보내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주재 서방 외교관은 이번 러시아 본토 급습이 미국 대선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사회 이슈로 떠올릴 수 있는 '완벽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작전 이전에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들고나올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영토 일부를 적에게 내주게 된 상황이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과 관련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경질설까지 흘러나옵니다.
한편 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단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11일 화재가 발생해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됐습니다. 러시아 당국자는 "폭발 가능성은 없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인근 도시 에네르호다르에 공격을 가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를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에 불을 지르고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냉각탑 화재에도 불구하고 "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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