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모펀드 상폐… 개미들 `아우성`
포괄적 주식교환 활용 꼼수 증가
매수가 산정 등 제도 개선 필요
최근 사모펀드(PEF)가 상장기업을 인수, 공개매수를 거쳐 자발적 상장폐지(상폐) 절차를 밟는 수순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업계와 학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만으로도 소액주주의 피해를 일부 줄여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는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전자세금계산서 플랫폼 비즈니스온 잠재발행주식 총수의 28.94%에 해당하는 657만9452주를 1주당 1만5849원에 공개매수한 뒤 자진 상장폐지에 나선다.
지난달 23일 비즈니스온 최대주주 프랙시스캐피탈과 잠재발행주식총수의 70.65%를 254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뒤 한 달이 채 안 돼 공개매수에 나선 셈이다.
사모펀드사는 '경영 편의성'을 내세우며 상장폐지에 나서지만 사실상 이들의 본질적인 목적은 자산 매각, 배당 확대, 감자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헐값에 공개매수가를 제시하면 기존 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액주주 반발로 공개매수에 실패하더라도 포괄적 주식교환이라는 '꼼수'를 활용해 우회 상폐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참석 인원 중 3분의 2 이상 동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공개매수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도 상폐를 추진할 수 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다나와'로 잘 알려진 이커머스 플랫폼 커넥트웨이브의 공개매수를 두 차례 진행, 소액주주에 반발에 자진 상폐를 위한 목표 지분율(코스닥 기업 90%)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중 하나인 '현금 지급' 안건을 의결하고 주주들에게 공개매수와 같은 주당 1만8000원을 주주들에게 제시한 우회 상폐에 나서기로 했다.
홍콩계 PEF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가 자진 상폐를 추진하고 있는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 역시 커넥트웨이브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피니티는 소액주주와의 협의에 응하지 않고 포괄적 주식교환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이처럼 PEF가 저평가된 상장사를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거쳐 상장폐지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6월 미용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을 인수해 두 차례의 공개매수와 장내매수를 통해 98%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해 상장 폐지했고, 올해 6월과 7월에는 대양제지와 쌍용C&E(쌍용씨앤이)가 상폐 절차를 밟았다. 락앤락과 커넥트웨이브 외에도 신성통상, 제이시스메디칼, 티엘아이 등이 자발적 상폐 절차를 밟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개매수가 산정 과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비대칭 문제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매수자, 일반주주가 매도자인 거래 구조로 인해 이해상충과 정보비대칭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짚었다.이어 "최근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개편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처럼 공개매수가 관련해서도 가치평가의 공정성이나 정보의 공개 범위 등을 시행령에 담는 방법이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 역시 일찍이 관련 규제나 공시를 강화했는데, 이러한 국제적인 정합성에 맞추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준서 증권학회장은 "인수합병(M&A)이나 세컨더리(구주거래) 시장이 활성화 돼있어 다양한 엑시트(exit) 방법이 있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상폐 시 소액 투자자가 오롯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제도 개편을 통해 공개매수가 산정 방법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 정보 비대칭 완화 방안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의 방향성은 다르지 않다"며 소액주주 권리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당국에서도 사모펀드의 공개매수가 산정 방식에 대해 들여다 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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