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도 직관 어려운 올림픽 푯값…친환경도 균형 필요해”

김창금 기자 2024. 8. 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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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기자들의 파리올림픽 대회 총평]
개막식·지속가능성 대회 긍정적 평가
높은 티켓값에 정작 가난한 사람들 소외
메가 스포츠 이벤트 미래…그래도 긍정적
올림픽의 이상처럼 세계는 평화로운 공간이 되고 있는가.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 행사에서 대륙별 친선과 화해를 기원하듯 대형 오륜이 연결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올림픽 기간 각국 기자들은 현장 이야기를 자국에 알렸다. ‘이들은 어떻게 올림픽을 보도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대회 막바지 4명의 기자를 만나봤다. 애초 좌담회를 기획했지만, 비슷한 질문의 개별 인터뷰를 모아 정리했다. 바스크 가라(GARA) 신문의 아네 우르키리, 독일 함부르거 모르겐포스트의 닐스 베버, 멕시코 AP통신의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프랑스 에브라 미디어의 토마스 물렝 기자가 기꺼이 참여했다.

독일 함부르거 모르겐포스트의 닐스 베버 기자.

세계의 기자들과 대화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그들의 비판적 시각이다. 독일 함부르거 모르겐포스트의 베버 기자는 “과연 파리올림픽에서 정작 파리 사람들은 경기를 볼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모든 경기장 관중석은 거의 만원이었고, 푯값은 매우 높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하 20~30유로대(4만원 안팎)의 표도 있지만 제한적이었다. 베버는 “독일의 한 조정 선수는 자신의 두 살 딸 아이에게도 푯값으로 150유로(22만원)를 요구하자 포기했다. 파리의 가난한 시민들이 표를 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관중석을 채우는가. 그는 “유럽은 나라끼리 가깝다. 파리 시민들도 있고, 이웃 나라의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관광객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에브라 신문의 물렝 기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봤다. 그는 “파리의 문화유산 안에 대부분의 경기장(95%)을 가건물로 지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적자를 줄여 지속가능한 올림픽(경제 효율성)의 길을 여는 것은 좋다. 하지만 티켓값을 올리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성과 생태 올림픽은 좋지만, 시민 관전이나 참여의 관점에서 달리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스페인의 자치주인 바스크의 가라 기자인 우르키리는 더 과격하다. “바스크 사람들에게 파리는 멀지 않다. 기차를 타고 와서 응원하지만, 숙박이나 교통 등의 물가가 워낙 비싸다. 파리지앵한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환경올림픽이라고 말하지만 정치적 선전(데마고기)의 측면도 있다”고 했다.

멕시코 AP통신의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기자.

“선수촌의 선수들이 우선돼야 한다”

로드리게스 AP통신 기자는 다른 사례를 지적했다.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 선수 전체를 취재하는 그는 “선수촌의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로 불만을 토로한 선수가 있었다. 그린(green) 올림픽을 위해 친환경 정책을 펴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균형점을 찾을 필요는 있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선수들의 경기력을 돕는 것이 환경 정책보다는 먼저”라고 얘기했다. 물렝은 “선수촌에 채식 식단이 등장하는 것도 좋지만, 종목에 따라서는 단백질이 필요한 선수가 있다. 경기장의 매점에서는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비싸게 팔고 있는데 모순적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올림픽 경기는 여전히 각 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베버는 “2020 도쿄나 2016 리우 대회 때와 달리 이번엔 같은 시간대에 경기가 열려 독일 내 관심이 훨씬 높았다. 텔레비전 시청자뿐만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골라서 보는 사람도 많다. 개막식 텔레비전 시청자는 1000만명 안팎이었고, 독일이 우승한 3대3 여자농구 경기는 700만명이 봤다”고 소개했다.

로드리게스는 “멕시코에서는 1968년 이후 올림픽 개최를 하지 않았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내부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올림픽 개최 반대 분위기가 강하다. 그럼에도 올림픽 경기는 아직도 인기가 있다. 금메달은 나오지 않고, 이번에도 메달이 5개 정도에 그쳤지만 팬들의 관심은 여전하다”고 소개했다.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지대에서 고유한 문화역사를 간직해온 바스크는 파리올림픽에 나온 205개 참가국(NOC)에 없다. 아네는 “스페인과 프랑스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바스크 선수들을 취재한다. 바스크 사람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 가라 신문에서 유일하게 파견된 그는 축구나 핸드볼, 농구나 카누팀에서 뛰는 이들을 모두 취재한다. 그는 “선수들이 나를 알아봐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다. 그들이 소속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스크 일간지 가라의 아네 우르키리 기자.

역사적 건축물에 가설 경기장 문제없다

이번 대회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베르사유 궁전 등 문화재 안에 임시 경기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승마와 근대5종 경기를 위해서 파리올림픽조직위는 잔디밭에 길을 내고, 관중석 스탠드, 축사 등을 세웠다. 다시 완벽하게 복원된다. 태권도나 펜싱이 열린 그랑팔레에서는 출전 선수들이 고풍스러운 건물 내부의 층계를 걸어 내려오기도 했다.

물렝은 “역사적 건축물에서 임시 경기장 시설을 세우는 것은 문제가 없다. 과거에 파리에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짓느냐, 마느냐의 논란이 있었고 결국 사후 관리 비용 문제로 짓지 않았다. 이번에 라데팡스 아레나 공연장 안에 수영장을 가설해 무난하게 치러냈다”고 설명했다.

베버는 “프랑스의 올림픽 성공 분위기가 독일 사람들의 정서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비용도 줄여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시민들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 반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도 있다. 올림픽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생태올림픽 원칙에도 일관성은 ‘갸웃’

파리올림픽은 나름의 원칙에 충실하려 했다. 물품 공급에서 중소기업을 중시했고, 자연 냉방이나 그늘막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 기자실에도 전원 콘센트나 텔레비전 등 최소한의 필수품만 두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각종 첨단 아이티 기술의 전시장 같았던 메인 프레스센터가 아니었다.

베버는 “우리는 5성급 호텔에 놀러 온 게 아니다. 일하러 왔다”며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냉방이 되지 않는 셔틀버스도 감내하면 된다. 1~2분의 짧은 배차 간격의 지하철을 이용해 경기장을 찾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일관성의 문제는 있다. 대회 조직위는 기존 대회보다 일회용품 사용을 50% 줄였다고 밝혔지만, 코카콜라 등 주요 식음료 공급업체가 대규모 플라스틱 오염 회사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물랭은 “나도 해법은 제시할 수 없지만, 그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냉방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떤 곳은 냉방이 너무 강한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에브라 미디어의 토마스 물렝 기자.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미래는?

스포츠의 보편적 즐거움, 평화의 메시지 발신에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베버는 “독일에서 10년 전에 있었던 올림픽 유치 논의가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처럼 비용을 낮추면서, 그린 올림픽을 지향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로드리게스는 “개방된 형태의 올림픽 개막식이 인상적이었다. 텔레비전을 위한 영상 이미지를 결합하는 장면이 많아 현장에서는 밋밋할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좋은 개막식이었다”고 평가했다.

물랭은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프랑스가 가진 자산들을 잘 활용했다. 또 비치발리볼 결승전에서 브라질과 캐나다 선수들이 다퉜지만 에펠탑의 디스크자키가 존 레논의 이매진을 틀면서 관중을 비롯해 모두가 화해하고 하나가 되었다. 이런 장면은 스포츠에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회를 유치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적자도 컸다. 이번 대회가 성공적이었다고 하지만, 앞으로 어떤 나라가 개최할지는 논리적 측면에서 조금 비관적이다”고 말했다.

파리/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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