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軍출신 안보사령탑 北 도발에 대응 수위 높인다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4. 8. 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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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외교안보라인 재정비
'9·19 족쇄' 푼 신원식 발탁
외교관 출신들은 2선 후퇴
尹복심 김용현 국방장관에
느슨해진 군 기강 다잡기
장호진 7개월만에 물러나
인권위원장 후보에 안창호
12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승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직후인 12일 전격적인 인사 발표로 정부와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에서 군 출신들을 전진 배치했다. 현 정부 전반기에 중용됐던 외교관 출신들은 2선으로 후퇴시켰다. 외교관 출신이 주도해 온 대북·외교안보 정책 기조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만족'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이 3성 장군을 지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현 정부의 네 번째 국가안보실장으로 지명한 것도 그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안보실장으로 군 출신이 기용된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김관진 실장 이후 10년 만이다.

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서 정부의 대북·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총괄적으로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중 전략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정세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방·안보 분야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이번 인사를 통해 내보였다.

신 신임 안보실장은 앞으로 정부의 대북·외교안보 기조에 '힘에 의한 평화'로 대표되는 대북 강경 기조를 강화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해 국방부 장관 취임 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남북 관계 성과인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주장했고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는 논리를 펼쳤다. 장관 취임 이후에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명분으로 9·19 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효력 정지를 주도했다.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한 '즉·강·끝(즉각·강력히·끝까지)' 대응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군 출신 인사가 난마처럼 얽힌 국제정세와 외교 및 경제안보 이슈를 유연하게 조율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선 김장수·김관진 등 4성 장군 출신 안보실장들도 재직 당시 경직된 외교정책으로 작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지키던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을 낙점한 것은 군과 국방 전반에 대한 '그립'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대선 캠프에서 국방·안보 분야 정책을 총괄한 '복심'으로 통한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국군정보사령부의 정보 요원 기밀 유출과 '하극상' 논란 등으로 느슨해진 군 기강을 다잡고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원과 카이스트(KAIST) 졸업생을 '입틀막'하면서까지 대통령의 심기 보좌에 힘썼던 경호처장을 국방장관에 앉혔다"며 "공개 녹취록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배후'로도 지목됐다"고 비판했다.

장호진 안보실장은 비상임 고문 격인 '외교안보특보'로 물러앉았다. 외교부 1차관으로 일했던 장 실장은 전임자인 조태용 실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이동하면서 안보실장으로 임명됐지만 점점 엄혹해지는 안보 정세 속에서 불과 7개월여 만에 군 출신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보며 외교안보 라인 쇄신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동맹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된 북·러 조약 체결, 그리고 이에 대응해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과정에서 '외교'에서 '안보'로 대외 정책 구상의 무게 추가 옮겨 갔다는 것이다. 이런 윤 대통령의 생각 변화가 지난주 휴가를 거쳐 새로운 인선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전반기엔 '한미, 한·미·일 공조체제 복원'에 중점을 뒀다면 후반기부터는 보다 국익 위주의 주도적 행보를 보이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이날 인선 발표로 임기 2년을 조금 넘긴 윤석열 정부는 벌써 안보실장을 4명째 임명하는 이례적 인사 양상을 보였다. 이는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안보실장을 2명씩만 쓰며 정책 기조의 연속성을 유지했던 것과는 사뭇 대비돼 비판이 제기될 만한 지점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검사 시절 공안통·기획통 커리어를 밟았다. 법무부 인권과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국제 인권 기준에 관심을 가졌고, 공익법무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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