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전기차 화재 컨트롤타워 꾸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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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는 가운데 열흘이 지나도록 정부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 등 부처 간 업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의무 공개를 두고도 정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관 부처인 국토부는 내년 2월 시행할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와 연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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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기선실장 주관 회의
전기차·충전기 안전대책 논의
국내차 배터리 제조사 밝히자
BMW 수입차 첫 정보 공개
지난 1일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는 가운데 열흘이 지나도록 정부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 등 부처 간 업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에만 집중한 반면 안전 관리에는 손을 놓은 결과다. 사실상 정부 내 컨트롤타워 부재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전기차 화재에 따른 국민 불안감이 없도록 신속하게 대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정부가 뒤늦게 환경부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과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부랴부랴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13일 관계부처 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종합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의무 공개를 두고도 정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를 모두 공개했다. 기아도 이날 홈페이지에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전기차 12종 중 니로 EV와 레이 EV 2개 차종만 중국 제품이다. 배터리 제조사 관련 정보 비공개 방침을 고수해오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입장을 선회해 제조사 공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수입차 업체 중 처음으로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유했다. iX1, iX3 두 차종은 CATL 배터리를, 나머지 8종은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 부처인 국토부는 내년 2월 시행할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와 연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제원 안내에 배터리 제조사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해 공개를 강제할 경우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과충전을 방지하기 위해 충전율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배터리 충전량은 배터리에서 열폭주 현상이 발생했을 때 최고 온도와 최대 온도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은 제조사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적용할 수 있어 비교적 시행이 쉽다. 하지만 충전율이 제한되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줄어 전기차 차주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기차 주차와 관련해 아파트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하가 아닌 지상에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과충전 방지를 위해 전기차와 통신할 수 있는 '전력선통신(PLC) 모뎀' 장착 기기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다만 최근에 지은 아파트는 단지 내 지상으로 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이 많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대책이 늦어지면서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화재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엔진과 배터리가 모두 탑재되는 만큼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볍고 효율이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로 장착한다. 이 같은 고효율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아 화재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작고, 완전충전·급속충전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화재 위험이 낮다고 분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화재가 발생해도 전기차처럼 화재 규모가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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