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왕 임시현도 1년 전엔 무명, 다른 선수들에 엄청난 자극"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8. 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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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천하' 이끈 문형철 전력강화위원장 인터뷰
韓, 리우 이어 두번째 전관왕
비결은 무조건적인 공정성
금메달 따도 내년 보장 안해
회장사 현대의 전폭 지원에
서로 자리싸움 않는 양궁協
대표팀 지속적인 발전 이끌어
한국 남자 양궁대표팀 주장 김우진과 문형철 대한양궁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이우석, 김제덕(왼쪽부터)이 에펠탑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전관왕을 차지한 원동력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 도쿄 대회가 1년 연기된 상황에서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것을 인정한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한국 양궁대표팀 선발에 대한 공정성이 지켜져 파리에서도 전관왕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자 대한양궁협회장이 파리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진행한 만찬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이 당시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선수들 이름을 한 명씩 거론한 이유는 오로지 성적으로만 선수를 선발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한 것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한국 양궁대표팀 총감독을 역임한 뒤 이번 대회 대한양궁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형철 예천군청 양궁실업팀 감독 역시 8년 만에 전관왕을 달성한 비결로 선수 선발 등 기존 시스템이 유지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문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한국 양궁 최초의 전관왕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문 감독은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대한양궁협회의 방향성이 이번 대회 전관왕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정 회장님 말씀처럼 2020 도쿄 대회에서 기존 선수 선발 시스템이 무너졌다면 지금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엄청난 부담감에도 실력을 100% 이상 발휘한 선수들도 대견하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한국 양궁대표팀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 힘든 훈련을 견뎌낸 선수 6명은 금메달을 목에 걸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출전 선수들을 선발하고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맞춤훈련을 하는 등 대한양궁협회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취임한 1985년 이후로 투자를 거듭해 완성된 결과였다.

문 감독은 "정 명예회장님과 정 회장님은 대한양궁협회의 새로운 시도를 지지해줬다. 실패를 해도 좋은 자료로 남는다고 힘을 주셨다"면서 "발전 없이는 최고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한국 양궁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다"고 설명했다.

서로 자리싸움을 하지 않고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 대한양궁협회의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 감독은 "정답이라고 판단해 새로운 변화를 가져가도 양궁계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리면 곧바로 보완에 들어간다.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룰 때는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한다. 양궁계에 실수와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도 한국 양궁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임시현, 안산 등 올림픽 때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지난해까지 평범했던 임시현이 1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는 것을 보고 자극받은 선수가 많을 것이다. 양궁만 잘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해서 보장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 만큼 새로운 스타가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격, 태권도 등에서 최근 실시하고 있는 전담 코치제는 양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 감독은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한양궁협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소속팀 지도자를 올림픽에 함께 파견하고 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대한양궁협회에서 고민 끝에 만든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양궁이 곧바로 2028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준비에 돌입한다고 밝힌 문 감독은 4년 뒤 최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밖에 답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양궁 선수들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올림픽 본선에서 만나는 선수들 실력 차이는 이제 크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10점을 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 다음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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