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캔 만들다 '배터리 소재' 1위로…"사업재편 골든타임 잡아"
(1) 단순 사업재편 넘어…DX·공급망 안정화까지 전폭 지원
2022년 스마트팩토리 '승부수'
국제 원자재 값·인건비 폭등하자
비용 760억서 1105억으로 증가
'워크아웃' 이력…은행대출 발목
'기활법'이 신사업 동아줄
신용평가 4년간 면제·저리 대출
공격 투자 'K배터리 생태계' 완성
"기존 공장도 스마트팩토리 전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TCC스틸은 비상이 걸렸다. 2차전지 케이스의 소재인 고성능 니켈도금강판(모델명 NPS)을 생산하기 위해 진행하던 스마트팩토리 건설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건설비용이 급등하면서 760억원이던 예상 투자비가 1105억원으로 불어났다. 부족한 자금을 시중은행 대출로 채우려 했지만 2015~2018년 채권단 자율협약(워크아웃) 이력이 발목을 잡았다.
대기업도 2차전지 소재 국산화 ‘환영’
1959년 설립 이후 참치캔과 분유통에 쓰이는 주석도금강판을 제조하던 TCC스틸에 스마트팩토리 신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큰 프로젝트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배터리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20년 넘게 이어온 투자가 결실을 맺는 계기이기도 했고, “물량을 늘려 달라”는 납품업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요청에 응하기 위한 승부수이기도 했다.
2007년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니켈도금강판 양산에 성공하자 LG와 삼성이 먼저 접촉해왔다. 국내 배터리 대기업들도 일본 기업 등이 장악하던 소재 시장의 국산화에 목이 말랐던 것이다. ‘원재료(포스코)·중간재(TCC스틸)·완성품(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으로 이어지는 ‘K배터리 생태계’가 이제 막 뿌리를 내린 참이었다. 이 생태계는 TCC스틸의 스마트팩토리 건설이 무산되면 해외 기업과 몸집 불리기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이 막힌 TCC스틸을 구한 제도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이었다. 기업활력법은 2016년 8월 공급과잉으로 동반 부실 위험에 처한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3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2016년 한화케미칼이 가성소다 제조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하는 ‘석유화학 빅딜’을 1호로 지원한 이후 같은해 11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철강산업, 2017년 6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반도체 웨이퍼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 재편을 도왔다.
사업 재편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법의 영역은 사업 재편 지원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확대·진화했다. 2019년 신산업 진출과 산업위기지역의 기업이 지원 대상에 추가됐고, 일몰 시한을 5년 늘렸다. 지난 7월에는 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디지털전환, 탄소중립, 공급망 안정을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디지털대전환(DX)과 탈탄소사업(GX)으로 사업영역을 재편하려는 기업의 신청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TCC스틸이 기업활력법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의 신사업 진출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 덕분이었다. 기업활력법은 사업 재편을 위한 정책금융과 연구개발비(R&D)를 낮은 금리로 지원한다. TCC스틸도 4개 시중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을 조달했다.
기업과 은행이 금융 지원보다 더 반기는 혜택은 신용위험평가를 4년간 면제하는 제도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은 매년 기업의 재무구조를 4개 등급으로 평가한다. 기업이 투자를 위해 부채를 늘리면 평가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은행은 대출을 꺼리게 된다. 신용위험평가를 4년간 면제하면 은행은 등급 하락의 우려 없이 대출해줄 수 있다.
TCC스틸의 현재 한국 시장과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95%와 30%에 달한다. 2023년까지 1만원 선에 갇힌 주가는 지난 2월 말 한때 8만2200원까지 올랐다.
철강 압연롤 제조사 코나솔도 기업활력법을 활용해 신사업 진출과 소재 국산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소재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필수적 설비인 HIP(고온등방압성형) 도입 비용을 지원받아 핵연료 처리 설비에 사용되는 중성자 흡수재와 전투차량의 방탄장갑에 쓰이는 방탄 플레이트를 국내 최초로 사업화했다. 미국 3M의 독점 구도를 뚫고 글로벌 2위 원자력기업인 프랑스 오라노와 10년간 4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 기업활력법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된 법률. 제정 당시 지원 대상은 공급과잉 한 분야였지만 세 차례 법 개정을 통해 신사업 진출, 디지털전환, 탄소중립 등 6개 분야로 늘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서 한 달 만에 망하고 美 가더니 완판 행진…'대반전'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 "잠실·목동 전세주고 이사 왔어요"…젊은 부자들 몰린 이유 [대치동 이야기⑳]
- "月 2000만원 번다"…택시기사 수입에 여행 유튜버도 깜짝
- "일본은 '원 팀'인데 우리는…" 10조짜리 '한일전'에 초긴장 [김동현의 K웨폰]
- "노총각들, 인신매매·포르노 중독 우려"…정부가 나섰다
- 통장에 1000만원 넣고 1년 뒤 받은 돈이…"이자 쏠쏠하네"
- "밤에 엘리베이터 타지 말아주세요"…이웃 주민의 호소문 '시끌'
- "내 딸이랑 똑같이 생겼네" 깜짝…'친자감정' 요구한 여성
- '훈련사 삶' 전념하겠다더니…강형욱, 근황에 응원 쏟아졌다
- "지하철서 짧은 치마가 아슬아슬했는데…여성들 좋아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