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특권 아냐···가족·국민 위한 법"
간호인력 업무 범위 체계적 규정
초고령사회 걸맞는 돌봄 위한 법
발의 후 20년 가까이 입법 지연
의료공백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
“단순히 간호사들 좋자고 법을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초고령사회에 걸맞는 간호와 돌봄을 제공하려면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 등이 체계적으로 규정된 독자 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경림(사진)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간호사법은 나와 내 가족,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화여대 간호대학 출신인 신 위원장은 대한간호협회 회장을 두 차례 지낸 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두 차례 협회장 임기를 더 수행하고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모교 병원에서 임상간호사로 일하다 1977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는 신 위원장은 “한국과 근무 환경이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간호사 1명이 12명의 환자를 돌보도록 되어 있다. 처벌 조항이 없어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6년 간호행정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이 환자 16.3명, 일반병원은 이보다 3배 가까이 많은 43.6명을 담당한다. 미국(5.3명), 일본(7명)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현장에 투입된 새내기 간호사는 담당 환자의 세부 병력을 파악하고 8시간을 꼬박 간호하고도 근무시간 내 못다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1~2시간씩을 붙여 일한다. 신규 간호사 2명 중 1명이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병원을 그만 두는 건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7년 남짓인 평균 근속기간을 가리켜 '7년짜리 면허’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나온다.
신 위원장은 “미국은 1920년대에 주마다 간호법이 제정되어 있었다”며 “반면 한국은 제가 미국에서 임상간호사로 근무했던 1970년대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채혈부터 항암제 등을 주입하는 '케모포트' 삽입, 수술에 대한 설명과 동의서 작성 등 마땅히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하도록 요구 받는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올 때까지 환자의 가슴을 압박하면서 버티라고 공지한 병원도 있다. 그런데 의사의 지도아래 진료를 보조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는 간호사들이 잘못된 의료 관행에 맞설 명분조차 부족하다.
국회에서 간호법이 처음 입법 발의된 건 2005년이다. 14년만인 2019년에는 발의된 법안이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021년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불발로 또 한번 폐기됐다. 신 위원장이 20년 가까이 간호법 제정에 매달려 있는 건 간호법 제정이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병원을 빠져나가자 정부는 환자들의 혼란을 막겠다며 비상진료체계를 도입했다. 간호사들이 숙련도에 따라 응급환자 약물 투여, 수술 보조 등 일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도 그 중 하나다. 의료공백이 반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법적 근거가 없는 진료지원(PA) 간호사도 1만3000명 규모로 늘었다. 의정 갈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간호사들의 처우가 나아지기는 커녕 업무 부담과 강도만 늘었으니 신 위원장의 입장에선 애가 탄다.
그는 “간호법이 제정되도 의사 지시가 필요한 진료 영역에서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일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간호법은 간호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보다 큰 혜택을 드리기 위한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장기간 의료공백을 겪으며 간호법이 꼭 필요한 민생법안이라는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된다”며 “간호법 제정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사진=이호재 기자 s02079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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