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이념과 과학 사이의 환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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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주는 축복으로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 선진국의 일원으로 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의 취약함을 곳곳에서 겪고 있다.
제조업이 경제의 견인차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환경 면에서 RE100과 같이 실정에 맞지 않는 그린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유엔협약이 체결될 경우 우리의 석유화학 산업과 플라스틱 업계에 커다란 경제적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념보다는 과학이 우리의 친환경 여정에서 나침반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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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주는 축복으로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 선진국의 일원으로 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의 취약함을 곳곳에서 겪고 있다. 민주주의는 원래 혼란스럽고, 예측이 어려우며, 독선적인 다수에 의한 독재를 종종 탄생시킨다. 민주주의가 가져온 여러 형태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고 자유가 주는 축복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수에 의해 점령된 권력의 자제가 필요하고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의 환경과 에너지 정책도 별반 다르지 않다. 탈원전이라는 환경 우선주의가 만든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수백조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조업이 경제의 견인차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환경 면에서 RE100과 같이 실정에 맞지 않는 그린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유럽을 중심으로 지난 30여 년간 지속된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담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170여 개국이 참여하는 유엔환경총회(UNEA)가 플라스틱 오염규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올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급증하는 플라스틱 환경오염을 규제하기 위해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 조약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 유엔협약은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부터 사용, 폐기, 재활용까지 전 생애주기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는 지금 연간 4억5000만여 t의 플라스틱을 생산하며, 폐기량은 2040년 2억4000만여 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협약이 체결될 경우 우리의 석유화학 산업과 플라스틱 업계에 커다란 경제적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 4위 플라스틱 수출국이자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도 플라스틱의 재활용과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이념'이 아닌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산업'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은 감축에 국한된 순환경제 모델이 아니라 적응도 고려한 개방형 순환경제 모델로 탈바꿈해야 한다.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 플라스틱을 완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의류, 식품 같은 제조업계 등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함과 동시에 플라스틱 소비재의 편익으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小確幸·소확행)을 누리는 국민의 복지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자국중심주의와 인류 보편의 이익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무대다.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 이행이 한 나라의 국격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국의 주권과 국부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 간 협정이 무시되기도 한다.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공해라는 전 지구적 위기와 국가의 자율성 간에 균형이 필요하다. 결국 개인이 자기 주도권에 의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기업은 역동적 혁신을 통해 모두가 바라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념보다는 과학이 우리의 친환경 여정에서 나침반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강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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