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금메달 40개 중국… “스포츠 강국 됐다” 기쁨 들썩
미국과 금메달 공동 1위 강조
젊은 선수들 매너도 주목 받아
중국이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40개를 거둔 자국의 성적에 기쁨으로 들썩였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포츠 강국’이 됐다는 환호와 함께 실력과 매너를 겸비한 젊은 선수들을 두루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쏟아졌다.
중국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40개, 은메달 27개, 동메달 24개를 획득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금메달 48개)을 제외하면 1984년 첫 하계 올림픽 참가 이래 역대 최고 성적이다. 금메달 수는 미국과 공동으로 세계 1위이다. 중국은 은메달 개수가 미국보다 적어 많은 언론사들이 매기는 비공식 순위에서 종합 2위로 기록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순위를 집계하지 않는다.
중국은 전통적 강세 종목인 탁구와 다이빙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전통 효자종목 뿐 아니라 아티스틱 스위밍, 리듬체조, BMX 사이클, 테니스 등 새로운 종목에서도 첫 금메달을 따 냈다. 사격, 역도, 수영에서는 세계 신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은 12일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조국에 영예를 안겼다”며 “당 중앙과 국무원은 축하를 표한다”고 밝혔다. 공산당은 선수들이 “중국 스포츠의 새로운 장을 썼다”며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고 세계의 선수들과 우호적 교류와 경쟁을 펼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치하했다.
올림픽 성적은 온라인에서도 하루종일 화제가 됐다. “종합적인 국력 신장의 결과”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스포츠 인프라 확장에 힘을 기울여 왔다며 “국운의 번영이 스포츠의 번영으로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스포츠가 강하면 나라가 강해지고, 나라가 강하면 스포츠가 강해진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스포츠 강국을 건설하는 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인민의 체력을 강화하고 건강을 보장하는 것”이란 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회 발전과 인류 진보의 중요한 상징”인 스포츠 발전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많은 매체가 중국이 미국과 금메달 공동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특히 자국 수영 선수들이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촉발된 도핑 의혹 파문을 딛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실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이 석권해온 남자 계영 4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딴 것에는 ‘우수한 시스템으로 서방의 견제를 이겨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서방 매체는 금메달리스트 판진러의 도핑 의혹을 계속 제기했고 중국 네티즌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부당하게 중국 선수들에게만 잦은 도핑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WADA는 올림픽 도중 성명을 발표해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올림픽 무대로도 번져 자신들이 “부당하게 휘말렸다”고 밝혀야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앨리슨 미 하버드대 교수의 외교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 내용을 소개했다. 앨리슨 교수는 중국의 이번 올림픽 성적에 대해 “중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상했고, 이는 21세기 (미국의) 결정적인 지정학적 라이벌로 부상한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고 밝혔다.
중국 전반의 스포츠 저변의 확산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시선도 있었다. 펑파이신문은 중국 메달리스트 출신지가 기존 21개성에서 24개성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후베이성 언론 징추닷컴(荆楚网)은 “금메달 수의 증가는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도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는 것”이라며 “스포츠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됐고 스포츠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실제 2016년 ‘건강 중국 2030’을 수립하고 국민건강계획의 일환으로 스포츠 활동을 장려해 왔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스포츠 시장 규모는 3조3000억 위안(약 630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림픽 직전인 지난달 메이퇀 등 플랫폼의 스포츠 관련 키워드 검색량은 1년 전보다 180% 늘어났다. 당분간 올림픽 특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90년대,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선수들의 활달한 태도와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우승해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정친원은 “나는 퀸(여왕) 원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는 소감을 남겼다.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은메달을 딴 허빙자오는 스페인 배지를 들고 시상대에 올랐다. 자신의 준결승 상대였다가 부상으로 기권한 스페인 선수 카롤리나 마린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마린이 좋은 선수였고 부상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허빙자오는 자신을 꺾고 금메달을 딴 안세영에게도 경기 후 손바닥을 맞부딛치고 껴안는 등 기꺼이 축하를 보냈다.
여자 복싱 66kg급 은메달리스트 양리우는 결승전에서 알제리 여자 복서 이마네 칼리프에게 패한 뒤 활짝 웃으며 그를 껴안았다. 칼리프와 함께 ‘성별 논란’이 일었던 대만 복서 린위팅에게 8강, 4강전에서 패한 선수들이 손으로 X표시를 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양리우의 축하는 칼리프의 ‘역경을 딛고 목에 건 금메달’을 더욱 빛나게 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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