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에어컨은 그림의 떡"…괭이부리마을 쪽방촌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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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연일 폭염이 이어진 12일 인천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현재 인천시가 폭염으로 관리하는 쪽방촌 주민과 여인숙 인원은 동구 101세대(135명), 중구 43세대(47명), 계양구 68세대(68명) 등 총 212세대(250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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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전국적으로 연일 폭염이 이어진 12일 인천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낮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 마을의 거리는 열기로 가득했고 골목은 한산했다.
언덕을 올라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 50여m를 따라 찾아간 쪽방촌 한 집안 내부는 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뜨겁고 습한 공기에 순식간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2평 남짓한 쪽방에서 만난 김모(64)씨는 걸레로 바닥을 훔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작년에 지자체 지원으로 설치한 냉방 기기도 쪽방촌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김씨는 "집에 5분만 있어도 한증막에 온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힌다"며 "내부 온도가 워낙 높아 에어컨을 틀어도 안 시원하고 요금이 비싸서 아예 안 튼다"고 한탄했다.
그는 선풍기 1대로 더위를 버텨보지만 헤어드라이어 열기같은 바람만 뿜어내자 집보다는 무더위쉼터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쪽방촌 101세대 대부분 집안에 화장실이 없어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부분도 요즘 같은 폭염에 쪽방촌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그는 "씻으러 150m 거리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다녀와도 그때뿐"이라며 "낮에 집에서 생활은 불가하고 저녁에 잠만 겨우 청한다"고 말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대문을 열어놓은 또 다른 집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TV와 옷장, 담요 등으로 집이 꽉 찬 좁은 방에는 쉴 새 없이 선풍기가 돌아갔지만 뜨거운 바람만 뿜어댔다.
더위에 지쳐 힘들어하던 김철자(82) 할머니는 "에어컨이 누수로 일주일째 고장 났는데 아직 못 고쳐서 선풍기에 의지하는 게 전부"라며 "바깥에는 더위에 쓰러질까 봐 아예 엄두도 안 낸다"고 토로했다.
현관 앞에서 요리 재료 손질을 하던 김모(79) 할머니는 "요즘 같은 더위에 목발을 짚고 병원에 가려면 너무 지친다"며 "자고 일어나기만 해도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늘어선 쪽방에는 빈집이 많았고 가끔 인기척을 해야 생활하는 주민들이 보였다.
혼자 지내는 90대 시어머니가 걱정돼 쪽방촌을 찾은 60대 며느리는 "어머니가 폭염에 혹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돼 일주일에 1번씩 와서 자고 간다"며 "40년 동안 쪽방촌에 살다 작년에 이사했는데 변한 게 없어 노인들이 지내기에는 환경이 너무 안 좋다"고 호소했다.
실제 쪽방촌 주민들은 냉방기기와 환기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현재 인천시가 폭염으로 관리하는 쪽방촌 주민과 여인숙 인원은 동구 101세대(135명), 중구 43세대(47명), 계양구 68세대(68명) 등 총 212세대(250명)다.
인천시는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폭염에 취약한 쪽방 주민과 노숙인들의 보호 중점 추진 기간으로 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후원단체인 쪽방 상담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안부 전화, 더위 물품 제공, 무더위 쉼터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공동대응반을 편성해 쪽방촌 등을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시설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담당 지자체 직원들이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기 위해 현장을 자주 나가고 있다"며 "화재 위험에 대비해 전기 시설물도 같이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20일 올해 첫 온열질환자가 나온 이후 이달 10일까지 전국에는 2천213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고 10명은 숨졌다.
h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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