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애니' 송일국 "아들만 셋인데…딸 20명 생겨 매일 행복"

고아 소녀 돕는 키다리 아저씨 역…"가족 소중함 일깨우는 작품"
애니 역에 아역 배우 최은영·곽보경…"합격 소식에 다리 힘 풀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딸 갖기를 바랐는데 아들만 셋이 생겨서 힘들었어요. 이번 작품으로 예쁜 딸을 20명이나 얻어서 매일 행복합니다."

뮤지컬 '애니'에 출연하는 배우 송일국은 12일 서울 종로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들과 작업하는 게 너무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10월 1월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애니'는 대공황 시기 미국의 한 보육원에 사는 소녀 애니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자 아역 배우 총 20명이 출연해 스토리를 이끄는 것은 물론 아크로바틱한 안무가 더해진 노래를 선보인다.

송일국은 애니를 돕는 억만장자 올리버 워벅스 역을 맡았다.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돕는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다.

그는 "집에서 아이들과 있으면 너무 행복하지만, 역설적으로 두려움이 몰려와 매 순간 기도한다"며 "'애니'는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송일국과 함께 워벅스 역에 더블 캐스팅된 남경주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버텨내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주는 20대 초반이던 1985년 '애니'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39년 만에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39년 전의 저도 애니의 대사를 듣고 희망을 품었다"며 "이번에도 애니가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앞으로 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인공 애니 역에는 열한살 동갑내기 최은영과 곽보경이 낙점됐다. 총 273명이 지원한 오디션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최은영은 "제가 (또래보다) 키가 크고 애니 역을 잘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아 오디션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며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신나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돌아봤다.

곽보경은 "은영이와 같이 오디션에 붙고 사진 촬영을 할 때만 해도 어색했다"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해 지금은 거의 '베스트 프렌드'가 됐다"며 웃었다.

두 배우는 이날 제작보고회에 앞서 대표 넘버 '투모로우'(Tomorrow)와 '하드 노크 라이프'(Hard Knock Life) 장면을 시연했다.

이를 지켜본 남경주는 "어린 배우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제작진은 가장 적합한 애니를 찾기 위해 5차에 걸쳐 오디션을 진행했다. 워크숍을 열어 아이들의 장점과 특기가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하기도 했다.

신선호 연출은 "무대에서 잘 놀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아이를 뽑으려 했다"며 "가장 애니에 어울리는 아이가 누구일지 신중하게 고민해 선택된 배우들"이라고 힘줘 말했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학원에서 열심히 배운 친구들이 아니라 기본적인 끼와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가려냈다"며 "모여 있을 때 시너지가 있기 때문에 무대에서 모두가 놀랄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럴드 그레이의 소설 '작은 고아 소녀 애니'를 원작으로 한 '애니'는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 32개국에서 공연된 인기 뮤지컬이다. 한국에서 상연하는 건 2019년 이후 5년 만으로, 이번이 7번째 시즌이다.

신 연출은 "명작이 지닌 클래식함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요즘 관객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극의 진행을 빠르게 하고 각색을 통해 대사도 바꿨다"고 설명했다.

회당 7명만 나오던 아역 배우는 10명으로 늘렸다. 보다 꽉 차고 생동감 있는 퍼포먼스를 펼치기 위해서다.

신 연출은 "아이들이 단지 장면에 이용되는 도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적과 꿈, 희망이 되는 존재로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아크로바틱한 안무 속에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공연은 10월 27일까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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