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훈정 감독 '폭군', 1절 2절 '뇌절'? 장단점 분명한 '마녀' 시리즈

박정선 기자 2024. 8. 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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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마녀' 시리즈의 확장일까, 무리한 '뇌절(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해 상대를 질리게 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일까. 기로에 선 디즈니+ 새 시리즈 '폭군'이다.

오는 14일 디즈니+를 통해 전편이 공개되는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도 쓴 작품.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의 첫 시리즈물로 탄생했다.

영화를 드라마로 쪼갠 '티'

'폭군'
당초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극장 불황과 맞물려 예상치 못하게 OTT로 향하면서, 영화가 아닌 4부작 시리즈가 됐다. 앞서 박훈정 감독은 "시리즈의 호흡에 대해 고전했다. 호흡이 아무래도 다르다. 그런 부분을 메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트로와 엔딩크레딧을 제외하면 러닝 타임은 총 159분으로, 영화의 러닝타임보다 길다. 그래선지, 시리즈 '폭군'은 요즘 시청자를 만족하게 할 만한 속도감이 없다. 쇼트 폼콘텐트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느리고 불편한 전개를 보여준다. '기승전결'에서 '전'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다. 모든 등장인물이 한데 모이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중반부까지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엔딩에 힘을 주는 드라마만의 미덕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다. 애초에 몇 개의 장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그대로 쪼갠 모양새다. 일단 '다음 편 보기' 버튼을 누르게 만들어야 하는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시리즈의 시청자는 한 자리에서 한 편의 영화를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극장 관객과는 다른데, 그런 의미에서 '폭군'은 영화와 드라마 사이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다.

다행인 점은 순차 공개가 아닌 전편 동시 공개로 시청자를 잡아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자리에서 159분을 오롯이 '폭군'에 쓸 시청자가 많을지는 미지수다.

허술한 전개, 잔인한 액션
'폭군'

'폭군'
허술한 전개도 단점이다. '마녀'가 잘 빠진 콘셉트와 시원한 액션으로 승부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치밀한 서사의 부재는 아쉽다. 그토록 중요하다는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을 너무 쉽게 빼앗기고, 엄청난 화력의 총알은 꼭 주요 인물들만 피해간다. 국정원이 배경으로 등장해 치밀한 첩보물을 기대하게 하는데,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 서사는 복잡하지 않고, 반전도 약하다.

액션이야말로 장단점이 확실하다. '마녀' 시리즈답게 수려한 액션신이 다수 포진돼 있다. 눈이 아닌 귀로 먼저 느끼는 액션도 시선을 잡아끈다. 그러나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피 범벅 신들은 호불호가 갈릴 요소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장점
'폭군'
'폭군'

'폭군'의 최고 장점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특히 차승원, 김선호의 캐릭터와 열연이 인상적이다.

차승원은 '폭군 프로그램'에 관련된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청소부 임상 역을 맡았다. 쉽게 말하자면, 김선호(최국장)의 살인 외주를 받은 전직 공무원이다. 단정한 외양과 예의바른 말투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다. 영화 '독전'으로 차승원을 흉내내는 이들이 늘었듯이, '폭군'의 매력적인 임상 캐릭터는 차승원 성대모사를 널리 유행시킬 전망이다.

김선호는 비밀리에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설계자 최국장 역을 연기한다. 전작인 영화 '귀공자'에서도 박훈정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그는 이번 '폭군'에서도 자신의 '멋짐'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폭군'은 김선호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박훈정 감독의 새로운 뮤즈, 신인 배우 조윤수도 눈여겨볼 만하다. 샘플 탈취를 의뢰받은 기술자 자경 역의 조윤수는 서늘하고 잔인한 킬러 역을 잘 소화했다.

'마녀', 계속하실 거죠?
'폭군'

문제는 '마녀' 시리즈의 확장이 얼마나 매력적이냐다. 지난 2018년 개봉한 '마녀'는 318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김다미라는 신인 배우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2022년 '마녀 파트2'는 280만 관객을 모았는데, 전편만큼의 화제성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마녀'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폭군'은 어떨까. 박훈정 감독이 선보이는 '초인 1호' '초인 2호' 그리고 비슷비슷한 '초인 28호'가 될까. 혹은 계속 지켜볼 가치가 충분한, 새로운 매력이 담긴 시리즈가 될까. 초인의 탄생을 담은 '폭군'이 초인의 활약을 담은 속편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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